미-EU, 항공기 보조금 분쟁 `5년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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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

17년 이어온 항공기 보조금 분쟁, 중 항공산업 견제위해 합의
EU집행위원장 “새 관계의 장”

미국과 유럽이 항공기 제조사 보조금 문제를 놓고 17년간 벌여온 무역 분쟁을 중단하기로 했다. 갈등을 멈추고 중국 항공 산업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15일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항공기 보조금 분쟁으로 촉발된 관세 전쟁을 5년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EU 행정부 수장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와 미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WSJ는 “세계무역기구(WTO) 역사상 가장 길고 비용이 많이 든 17년의 무역 분쟁이 완화되며 양국 간 무역 긴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 2004년에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독일·스페인이 정부 대출로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줬다고 주장하며 1992년 EU와 항공기 제조사 보조금 규모를 제한하기로 한 합의를 파기하고 EU를 WTO에 제소했다. 이후 2019년 WTO가 미국의 손을 들어주자 같은 해 미국은 에어버스 항공기에 10%의 관세를 매겼고 지난해 2월에는 이를 15%로 추가 인상했다. 이에 EU는 지난해 10월 연간 4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랬던 양국 관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조금씩 개선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EU 등 동맹국과의 관계 회복을 추진하면서다. 3월 양측은 보복관세 부과를 7월 10일까지 4개월 미루기로 합의했다. 전날에는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항공기 보조금 분쟁과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과 EU가 해묵은 무역 분쟁을 끝내는 배경에는 보조금을 무기로 항공 산업을 키우는 중국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양국 관계가 협력으로 이동하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 항공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중국 항공 산업이 양국에 잠재적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1월 미 국방부는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 등 9개 중국 업체가 군사적 용도에 활용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블랙리스트에 추가한 바 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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