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공화당 경선에 광고 이유는···친트럼프 후보 전폭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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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리노이주 대런 베일리 후보의 예비선거 지원에 나선 트럼프(오른쪽)<로이터>

“친트럼프 후보가 11월 본선서 상대하기 쉬워” 전략적 판단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이색적인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미국에선 11월 중간선거에서 맞붙을 각 당의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예비선거가 주별로 활발히 진행 중인데, 민주당이 자비를 들여 트럼프가 지지 선언한 후보를 선전하는 광고 등을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앙숙 관계이긴 하지만, 트럼프를 등에 업은 공화당 후보가 본선에서 상대하기 더 쉬울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일례로 메릴랜드 주지사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공화당 경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댄 콕스를 위해 민주당이 116만 달러의 광고를 집행했고, 콕스는 경선에서 승리했다. 콕스는 2020년 11월 대선 패배가 부정선거의 결과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하며 연방의사당 폭동 사태로 이어진 작년 1월 6일 워싱턴DC 집회에 지지층의 참여를 독려한 인물이기도 하다.

일리노이 주지사 후보를 뽑는 공화당 경선에선 주 상원의원인 대런 베일리가 5명의 당내 경쟁자를 물리치고 승리했다. 예비선거일이 가까워지는데도 베일리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밀리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민주당 진영에선 베일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알리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트럼프 지지층이 베일리를 찍도록 만들려는 목적이었다.

민주당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경선에서도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후보를 부각하기 위해 100만 달러 가까이 썼다. 이는 이 공화당 후보가 자체적으로 쓴 광고 비용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이런 현상은 중도파나 온건파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후보가 본선에서 경쟁하기에 더 편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승부를 가늠할 무당파로까지 표심을 확대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인식인 셈이다. 가뜩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힘든 선거를 앞둔 민주당으로선 트럼프 지지 후보가 나설 경우 선거전을 ‘바이든 심판론’이 아닌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 구도로 만들 여지가 생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이 올해 예비선거에서 공화당 경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수천만 달러를 썼다면서, 이는 선출 가능성이 덜하고 더 논쟁적인 공화당 후보를 만들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더힐은 일부 주에서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뒀지만, 민주당에서는 이 전략이 극우 성향 공화당 후보를 고위 공직자로 선출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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