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매·후결제 ‘빚폭탄’… 소비자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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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PL 사용이 젊은층 사이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과용에 따른 부채와 연체 증가로 신용 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

▶ 과소비 조장·부채 심화, 연체 시 높은 수수료

▶ 신용 부실자 양산 우려…애플 등 경쟁적 진출

지난달 애플이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에 ‘선구매 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 기능을 추가한 ’애플페이 레이터‘를 출시하면서 BNPL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금융 소외 계층의 대안 결제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BNPL 서비스는 한편으론 과소비 조장과 부채 심화와 그에 따른 연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BNPL은 소액 대출에 분납 상환이 가능한 전자상거래 결제 수단과 접목한 개인 금융 서비스다. 신용카드처럼 번거로운 신용등급 확인 절차가 필요없다는 점에서 번거로운 금융 거래 이력이 적은 ’신파일러‘(thin filer) 계층, 즉 젊은층 사이에서 대안 결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BNPL는 빠르게 성장하는 단기 대출 서비스로 지난 2021년 기준으로 2019년에 비해 10개 가량 성장했다. BNPL의 대출 규모도 늘어 같은 기간 20억달러에서 242억달러 급증했다.

최근 LA타임스(LAT)는 신용카드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복잡한 신용 및 재정 심사 등의 절차 없이 저신용자들도 BNPL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부채 증가로 인한 ’빚 폭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소액 대출이라는 게 BNPL의 경쟁력이자 사용자에게는 쉽게 빚을 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재정 전문가들은 아무리 소액이라도 ’빚은 빚‘이라고 지적한다.

BNPL은 판매 시점에서 제공되는 대출 서비스인 것도 부채 증가를 고민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것도 위험 요소다.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빚을 진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는 반면 BNPL이나 데빗카드로 결제할 때는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BNPL의 분납 상환 제도도 부채 증가에 일조한다는 게 재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출시 공정대출법(the Truth in Lending Act)에 의해 대출 신청자에게 대출금에 대한 각종 수수료와 이자 부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정대출법은 5회 이상 분납 상환할 때만 적용된다.

최근 출시된 애플페이 레이터의 경우 4회 분납 상환 조건이어서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다. 대출 이자와 연체시 높은 수수료에 대한 설명 의무가 없다는 이야기다. 정해진 날짜에 상환을 할 경우 무이자 대출이지만 연체하게 되면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BNPL 사용이 대부분 온라인 구매에서 이뤄지다 보니 구매 결정과 결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과소비에 따른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애플은 올 가을부터 BNPL 사용과 상환 이력을 신용감독기관과 공유할 계획이어서 연체나 지불 불능에 직면하게 되면 신용등급에 막대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