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어른들의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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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

백만장자들이 사고나서 후회하는 세가지 장난감이 있다고 한다. 요트, 말, 그리고 전용비행기다. 셋다 타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가지면 셋다 망하기 딱 좋은 것들이다. 각각 바다와 육지와 하늘을 움직이는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일반적으로 이용하지는 않는 것들이다. 주로 부자들의 취미생활이나 여가에 사용되는 것들이다. 세가지의 공통점은 참 많다. 일단 유지비가 많이든다. 주인에게 돈을 벌어주기 보다는 돈을 쓰게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전용비행기 대신에 슬쩍 ‘애인’으로 바꿔 넣기도 한다. 비행기 대신에 애인을 넣어도 위에 문장들은 딱 맞아 떨어진다. 어린 아이들만 장난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보면 어른들도 장난감을 갖고싶어 한다. 때로는 단순한 취미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돈만 쓰는 명함이나 직책도 장난감일 수있다. 무슨 모임의 회장이니, 단체장을 하고싶어 안달을 하거나 자기가 모임을 만들기까지 하는 사람들을 보면, 봉사정신이라기 보다는 장난감을 갖고 싶어 애쓰는 어린애 같다.

사업체나 부동산도 돈을 벌어주기보다는 돈을 쓰게 만든다면 잘못된 장난감이다. 폼나는 명함을 하나 갖고싶어서 사업을 벌렸다가 돈만 쓴다면 그 사업체는 장난감이나 다름없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무실이나 창고, 또는 매장을 임차하고 있다. 월세를 내는 것이다. 이런 사업주라면 한번쯤 자기 건물에 대한 욕심을 가져봤을 것이다. 건물주에게 임차료를 계속 내는 것이 아까운 적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폼나게 자기 건물을 한번 가져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자기 건물을 직접 사서 비용을 절감하고 월세를 받아 임대 수익까지 낸다면 그 건물은 좋은 사업체가 될 것이다. 하지만 건물이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더 큰 손해만 입힌다면 그 건물도 장난감이다.

2018년부터는 미국에서 회사가 건물을 사려고 할 때, 고려할 요소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건물을 사려고 은행에 융자를 받는 경우에 은행에 갚는 이자비용에 대한 세제상 사업공제 문제다.  2017년까지는 법인이 돈을 빌리고 난 뒤에 갚는 이자비용은 전액 사업경비로 법인세가 공제 되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공제할 수있는 이자비용에 한도가 생겼다. 회사 순이익의 30% 한도내에서만 이자비용을 사업 경비로 공제를 할 수있게 된 것이다. 예를들어 어떤 회사가 연간 이자 비용이 50불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순이익이 100불이라면, 이 회사는 순이익 100불의 30%인 30불까지만 이자 비용을 사업경비로 공제할 수있다. 실제로 발생한 이자비용은 50불이지만 순이익의 30% 제한에 걸려 30불까지만 사업비용공제를 받을 수있는 것이다. 비용처리를 하지못한 나머지 20불의 이자는 다음해 또는 그 다음해로 사용할때까지 무한정 계속 넘어 간다. 미국 정부가 이자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인 것이다. 이익이 나지 않는 회사가 무한정 돈을 빌리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소규모 회사들은 이런 이자비용 공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지난 3개년간의 평균 연간 총매출이 2천 5백만불을 넘지 않는 회사들은 이런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로버트 기요사키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우리가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개념이 실제로는 부채’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했다. 이 사람에게 ‘자산’이란 돈을 벌어 주거나 재산을 늘려 주는 것이다. 우리가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대저택이나 고급승용차는 돈을 벌어주기는 커녕 가지고 있으면 엄청난 유지비용이 든다. 그래서 그에게는 이런 것들이 모두 앞으로 돈을 갚아 나가야만 하는 ‘부채’인 것이다. 그가 말한 ‘부채’는 어찌보면 모두 ‘어른들의 장난감’이다. 없어도 되는데, 남들에게 자랑하려고 가지고 싶어하는 것들이다. 앞으로 소비를 할 때는 다시한번 고민을 해보자. 이 장난감을 꼭 사야만 하는지 말이다. 나이들어 은퇴를 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장난감들을 하나씩 버리는 일이다. 쓸데없이 큰 집이라는 장난감, 자기 분수를 넘는 고급 승용차라는 장난감들 말이다. 새해에는 장난감도 좀 버리고 장난감에 대한 욕심이나 집착도 좀 버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