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 전 연방대법관 99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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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출신 진보성향의 전설적 대법관

‘연방대법원의 전설’로 불리는 존 폴 스티븐스<사진> 전 대법관이 99세를 일기로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 있는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주요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고인의 사인은 뇌졸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알려졌다.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1975년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때 임명돼 2010년 90세의 나이로 사임할 때까지 연방대법원에서 대법관으로 자리를 지켰다. 미국 역사상 연방대법원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대법관 중 한 명인 그는 연방대법원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했다.

전통적으로 검은색 예복에 나비넥타이를 매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당파적이지 않고 매우 독립적이며 개성이 강한 인물로 평가됐다. 그는 동성애자, 총기 제한, 낙태 권리 등을 옹호하고 사형제도에 위헌적이라는 입장을 가진 진보 성향의 대법관이었다.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최근까지도 미국 사회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해 그는 총기 보유권을 명시한 수정헌법 2조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설을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 면에 게재해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그는 연방대법원이 겸손과 지혜, 독립성 등의 덕목을 갖게 하는 데 이바지했다”며 “그의 사법체계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은 미국을 더 나은 나라로 만들었다”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1920년생인 그는 시카고에서 생명보험사와 호텔을 경영하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에 입대해 복무했으며 제대 이후 노스웨스턴대 법과대학원에 진학, 법률 학술지 공동편집장을 지냈고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1970년 연방항소법원 판사에 임명된 데 이어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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