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 강자로 재탄생···기아 정통 SUV ‘스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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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장 전용으로 출시괸 기아 신형 SUV 스포티지 엑스프로는 비탈길과 모래사막 등에서도 강력한 험로 주행성능을 자랑하는 오프로드 차량이다. [기아 제공]

기아 스포티지 X-Pro
잘생긴 외관·넓은 실내 강력한 험로주행 능력, 거친 길도 편안한 주행

기아 스포티지가 오프로드 강자로 새로 태어났다. 2023년형 5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엑스프로(X-Pro) 라인업을 미국시장 전용으로 출시한 것이다. 스포티지 X-Pro는 시내에서는 물론이고 주말에 레저용으로 오프로드를 즐기기에 최고의 선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최장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의 역사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 기아는 지옥의 레이스로 유명한 파리-다카르랠리에 스포티지 1세대 모델을 출전시켜 의미 있는 완주를 기록했다. 이후 스포티지는 기아가 1994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최초로 선보인 모델이 됐다. 도심형 SUV로서 차체가 낮아 시내에서는 세단 수준의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강력한 험로주행 능력을 자랑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1,000만대 판매 금자탑을 쌓은 기아의 역사에서 스포티지는 가장 중요한 모델인 것이다.

새로 출시된 2023년형 5세대 스포티지는 이와 같은 브랜드 역사를 반영해 탄생했다. 무엇보다 파리-다카르 랠리를 완주할 만큼 탄탄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췄던 1세대 스포티지의 유산을 물려 받은 엑스프로 라인업을 출시했다. 엑스프로는 기아가 강점을 갖고 있는 SUV 모델에 오프로드 기능을 강화한 트림으로 한층 더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기아는 스포티지 외에도 쏘렌토, 텔루라이드 등 다른 인기 SUV 모델에도 X-Pro 라인업을 도입하고 있다.

스포티지 X-Pro 외관을 살펴보면 첫 인상으로 잘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 미래지향적이고 일부 파격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넣었지만 자동차 디자인의 표준을 벗어나지 않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앞에서 살펴보면 큰 라이에이터 그릴과 양 옆에 위치한 부메랑 모양의 주간주행등은 강렬하면서도 날렵한 인상을 준다. 기존 4세대 모델보다 길어진 전장과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벨트라인, 완만하게 낮아지는 루프라인은 늘씬하게 잘 빠진 SUV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 뒷태에서는 트렁크 해치 도어에 살짝 굴곡이 나타나 다부진 느낌도 든다. 아웃도어용인 만큼 거친 운전을 피할 수 없겠지만 잘 생긴 외관에 생채기가 나면 마음이 아플 운전자들이 많을 것이다.

중소형 SUV지만 차체 크기가 커진 것도 큰 장점이다. 실제 5세대 스포티지는 전 세대보다 전장 7.1인치, 전폭 3.4인치가 늘어났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해 4인 가족이 여유롭게 타는 패밀리카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적재함 공간은 637리터고 2열은 폴딩이 가능해 적재 관련한 고민이 전혀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내부 공간이 넓다. 레저용으로 아웃도어에서 운전을 즐기면서 실내에서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된 것이다.

가장 기대가 되는 주행성능은 팜스프링에서 진행된 시승식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주류매체 기자들과 함께 참석한 행사에서 모래사막 위에 대열에 맞춰 서있는 스포티지 엑스프로는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천천히 주행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은 가파른 경사로가 나타났다. 엑셀페달을 힘껏 밟았다. 가속력에서는 만점이다. 스포티지 엑스프로는 최고 출력 187마력, 최대 토크 178(lb.-ft)를 발휘하는 2.5ℓ GDI 엔진이 보닛아래 자리한다. 출력은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조금 남는 느낌이다. 오르막 길을 아주 가뿐하게 돌파했기 때문이다.

언덕길에 이어 구불구불한 코스가 이어졌다. 모래사막 위 좁은 길을 따라 운전대를 좌우로 틀었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코스인만큼 차량의 성격이 운전대를 통해서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유연한 움직임이다. 오프로드 컨셉을 앞세운 만큼 투박할 것 같았지만 실제 주행을 해보니 운전이 편했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오프로드 차량 중 실제 주행을 해보면 고집이 쎈 황소처럼 핸들이 뻑뻑하고 둔한 차가 많은데 스포티지 엑스프로는 말을 잘 듣는 ‘말’과 같이 느껴졌다.

다음은 비탈길에서 이어진 끝이 안 보이는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겁이 났다. 심장 박동수는 빨라졌고 손에는 땀이 가득하다. 손과 다리에는 부자연스러운 힘이 들어거기도 했다. 하지만 스포티지 엑스프로에 몸을 맡기자 자연스럽게 차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바닥에 착지했다. 내리막 시작 지점에서 한쪽 뒷바퀴가 완전히 땅에서 떼어질 정도로 가파른 모랫길이었지만 무리 없이 차량이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사막 언덕을 내려감에도 불구하고 평지에서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브레이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오프로드 시승을 마치고 난 다음에는 스포티지 엑스프로의 승차감이 기억에 남았다. 시승 코스는 모래 사막 위로 절벽, 언덕, 굽은 길 등 거친 구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스포티지 엑스프로는 투박한 바깥 세상으로부터 운전자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심하게 굽은 길에서도 통통 튀는 느낌이나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일이 없었다.

거친 도로에서도 탁월한 주행성능을 자랑하는 스포티지 엑스프로의 가격은 3만 4,990달러다. 전용 모델인 만큼 4륜 구동으로만 출시되며 미끄럼 방지, 내리막 자동제어 등 다수 오프로드용 기능이 탑재돼 있다. 상위 모델인 엑스프로 프레스티지의 가격은 3만6,790달러로 1,255달러의 출고 비용은 별도 부담해야 한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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