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허니보이와 벌새

1192

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아동학대와 방임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현상이다. 아동학대(child abuse)와 방임(neglect)에 관한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적어도 미국 아동 일곱 명 중 한 명이 피해자이고, 2018년의 사망자 수는 거의 1,770명이나 된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할 뿐만 아니라, 부모, 형제자매, 친인척, 교사, 코치, 이웃 사람, 종교적 지도자 등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동학대와 방임이란 성인 및 보호자가 아동양육 및 보호를 소홀히 하거나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음의 4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첫째, 신체적 학대이다. 아동에게 의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신체적 손상을 입히는 행위로서, 때리고, 던지고, 발로 차거나 화상을 입히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둘째, 성적 학대이다. 부모를 포함해서 아이보다 윗사람이 자신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미성숙한 아동을 대상으로 해를 입히는 행위다. 아동의 신체부위를 함부로 유린하고, 성행위를 하도록 강제로 위협하며, 아동 성매매를 일삼는 것을 들 수 있다. 셋째, 정서적 학대이다. 성인이 항시적으로 아동의 인격을 무시하고 기분을 상하게 해서 우울하고 슬퍼지게 만드는 행위다. 즉, 욕과 언어 폭력을 가하고, 수치와 모욕을 주고, 매사에 꾸중하고, 권위적으로 군림하며, 가학적인 행동을 할 뿐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지도 따뜻하게 대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편애하던지 벌주려고 옷장에 가두거나 악의에 찬 왕따를 하는 행위들이다. 넷째, 방임이다. 아동의 기본적인 신체적, 정서적 욕구를 제때에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않고 방치하는 행동이다. 즉, 안전한 주거 환경, 균형 잡힌 음식, 계절에 맞는 옷, 의무 교육과 의료혜택을 제공할 의무와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것이다.

아동학대와 방임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2019년 작의 미국 영화가 있다. 엘머 하렐(Alma Har’el)이 감독하고, 배우인 샤이아 라보프(Shia LaBeouf)가 각본을 직접 쓰고 주연까지 한 허니 보이<Honey Boy>다. 이것은 라보프의 자전적 영화이며, ‘허니 보이’는 바로 그의 어린 시절 별명이다. 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을 학대했던 아빠역을 풍부한 감정을 담아 진솔하게 잘 연기했다. 사실 라보프는 2007년도 영화 트랜스포머<Transformers>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86년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 태생으로서, 영화 제작자이며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어린시절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빠로부터 독설과 여러 학대에 시달렸던 것이다. 영화에서 아빠가 12살 어린 아들의 뺨을 때리고 위협하는 말들로 소리치는 행위는 아동학대의 모습 그 자체이다. 허니 보이가 맑은 눈으로 아빠의 사랑을 계속 갈구하면서 아빠의 변덕스러운 성질을 참고 견뎌내는 모습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린다.

아동학대와 방임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영화가 또 있다. 김보라가 감독한 2018년 한국 작품 <벌새>이다. 영화 속에서 중학교 2학년 은희는 오빠에게 신체적 학대를 당하다가 결국 빰을 맞고 귀고막이 터져 병원에 가게 된다. 물론 엄마와 아빠도 이를 방관적인 자세로 대할 뿐이다. 그녀의 가족은 아주 심한 폭력적인 가정은 아닐지라도 시종일관 불안한 상황을 연출한다. 나는 아직도 은히가 귀를 수술하고 병원에 있을 때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집보다 병원에서 마음이 더 편하다!”

성장기에 학대와 방임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그 기억이 평생 간다. 불쾌한 감정과 무서운 생각은 뇌리에서 결코 떠나지 않는 법이다. 작은 벌새(hummingbird)인 나는 오늘도 내 안에 있는 아주 크고 나쁜 괴물과 싸우기 위해서 쉼없이 날개를 퍼덕여 고통의 상처를 벗겨내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