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드라이브(Driv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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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라이언 고슬링’은 디즈니 아역으로 출발해서 연기와 노래가 다 되는 실력파 배우이다. “노트북”과 “라라 랜드”로 유명하지만 강렬하고 애절한 액션 스릴러 “드라이브”는 그의 뛰어난 감성 연기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LA의 밤. ‘드라이버’(라이언 고슬링)는 자신의 고객에게 5분의 시간을 주고 운전석에 앉아서 대기한다. 그의 고객은 절도나 강도짓을 하는 범죄자들이고 드라이버는 그들이 약속된 5분 안에 일을 마치고 나오면 차에 태워 도주시킨다. 그는 도시의 십만개나 되는 길을 다 외운다. 경찰차도 헬리콥터도 그가 운전하는 차를 따라오지 못한다. 곡예에 가까운 운전 솜씨로 추격하는 차들을 따돌리고 안전한 장소에 고객들을 데려다 주고 사라진다. 이름도 없고 가족도 없는 그는 낮에는 자동차 정비를 하면서 헐리우드의

스턴트맨으로 일한다. 정비소 주인 ‘섀넌’은 차를 다루는 드라이버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고용했다. 드라이버가 사는 곳은 삭막한 서민 아파트. 같은 층에 여섯 살 짜리 아들을 키우는 젊은 싱글 맘 ‘아이린’이 산다. 그녀는 드라이버와 복도에서 몇 번 마주치는데 아이린의 차가 고장이 나고 드라이버가 도와준다. 늘 혼자였던 드라이버는 아이린과 그녀의 아들에게 수줍게 마음을 열고 세사람은 마치 가족같은 따뜻한 정을 나눈다. 섀넌은 레이싱팀을 만들어 드라이버를 경주에 내보내려 한다.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옛 동료이자 지역 갱단의 간부인 ‘버니’를 끌어들이고 버니는 탐욕스런 파트너 ‘니노’까지 합세시킨다.

그 사이 감옥에 있던 아이린의 남편 ‘스탠다드’가 출옥한다. 드라이버와 아이린은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애써 외면한다. 드라이버는 스탠다드가 갱들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갱들은 빌린 돈을 갚는 대신 전당포를 털라고 명령한다. 아이린과 아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자 드라이버는 스탠다드가 전당포 터는 일을 돕기로 자원한다. 갱단 여자와 전당포를 턴 스탠다드는 주인의 총에 죽고 밖에서 대기하던 드라이버는 여자와 돈가방을 싣고 현장을 떠난다. 모텔에 숨은 드라이버는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사건이 조작된 것을 감지한다. 곧 들이닥친 살인자들에게 여자가 죽고 드라이버는 날렵한 솜씨로 그들을 해치운다. 그 길로 일을 맡긴 갱을 찾아가 숨겨진 사실을 밝혀낸다. 돈가방 속의 백만불은 타지역 갱단의 자금. LA 갱인 니노는 스탠다드를 시켜 돈을 갈취한 후 스탠다드와 주변 인물들을 없애서 자신의 흔적을 감추려고 계획했다. 섀넌은 니노의 명을 받은 버니에게 죽임을 당하고 분노에 찬 드라이버의 복수가 시작된다. 밤 길에 니노의 차를 뒤쫒아 해안가 절벽으로 떨어 뜨리고 차에서 기어나온 니노를 바닷물에 빠뜨려 익사시킨다. 버니는 드라이버에게 돈을 건네주면 여자와 아이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한다. 드라이버는 마지막으로 아이린에게 전화를 하고 그녀와 보냈던 시간들이 자신의 삶에서 최고의 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드라이버가 버니에게 돈가방을 건네는 주차장, 버니의 칼이 드라이버의 배에 박히고 드라이버의 칼은 버니의 목을 찌른다.

섬세하고 충격적이며 슬픈 러브스토리. 오직 드라이브만이 삶의 전부인 고독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무채색인 그의 일상에 잔잔한 파문이 인다. 드라이버와 아이린은 사춘기의 소년 소녀처럼 수줍고 서툴게 사랑을 키워간다.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서로 애잔한 눈길을 주고 받는다. 소년의 순수한 눈동자를 가진 그가 표정없는 냉정한 얼굴로 악당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들은 그래서 더 강렬하고 쇼킹하다. 추격하는 경찰차의 교신 내용을 라디오를 통해 들으며 빈틈없이 차를 모는 오프닝과 피 흘리는 배를 움켜쥐고 하염없이 밤거리를 운전하는 마지막 장면의 쓸쓸함은 압권이다. 절제된 감정, 어둠속에서 보이는 붉은 피의 흥건함, 도끼로 때리고 칼로 찌르는 원시적인 폭력의 힘, 그 사이를 메워주는 흐느낌같은 전자 음악.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잔인하지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