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슬픈 우리의 초상 ( A Separation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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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영화 “미나리”가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적인 정서와 이민자 가족의 고군분투가 다양한 인종의 헐리웃 외신기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었을 것이다. 봉준호감독의 말대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 되는 세상에서 인종과 종교가 다른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면 우리와 다르지 않는 그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느끼게 된다.

‘나데르’와  ‘씨민’은 테헤란에 사는 중산층 부부. 11살 딸 ‘테르메’를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시키려고 이민을 결정했다. 하지만 나데르는 치매에 걸린 늙은 아버지가 걸려 이민을 포기한다. 아들도 몰라보는 아버지 때문에 남겠다는 남편과 대립하던 씨민은 이혼을  청구하고 친정 엄마 집으로 들어간다. 낮동안 아버지를 돌볼 간병인이 필요해진 나데르는 독실한 모슬렘 신도인 ‘라지에’를 고용한다. 돈이 필요한 라지에는 남편이 빚때문에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고 우울증으로 약까지 먹는 처지라 간병인 일을 비밀로 한다.

임신중인 라지에는 어린 딸을 데리고 멀리서 버스를 타고 일하러 온다. 가사 일과 치매 노인 돌보는 일은 육체적으로 힘들다. 어느 날 청소를 하던 중 노인이 없어지고 길거리에서 배회하는 노인을 보고 구하려다 차에 치일 뻔한다.  다음 날 배에 통증을 느낀 라지에는 잠자는 노인이 또 나갈까 봐

침대에 손을 묶어놓고 병원에 다녀온다.  그 사이 집에 온 나데르는 침대에서 떨어진 아버지를 발견하고 라지에를 해고한다. 라지에가 설명을 하지만 나데르는 홧김에 그녀를 밀쳐 계단에서 미끄러진다. 라지에는 유산을 하고 사정을 알게 된 라지에의 남편은 나데르를 살인죄로 기소한다.

두사람은 판사 앞에서 증언을 한다. 라지에는 나데르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밀었다고 하고 나데르는 그녀의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말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딸 테르메까지 증인으로 채택된다. 별거중인 씨민은 라지에 남편에게 돈을 주고 합의를 하려고 한다. 테르메는 아빠가 거짓말 하는 것을 알지만 판사앞에서는 아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다. 집으로 가는 차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딸을 보고 나데르는 가책을 느낀다. 라지에 부부에게 돈을 전하면서 나데르는 유산의 책임이 진정 자신때문인지를 다시 묻는다. 전날 노인을 구하려다 차에 치인 충격때문인지, 나데르가 밀친 것 때문인지 확신이 서지 않던 라지르는 아무리 돈이 절박해도 신앙 양심상 거짓말을 할 수 없어 결국 돈을 거절한다. 며칠 후 테르메는 판사앞에서 이혼하는 부모중 누구와 살것이지 결정한다.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생각 깊은 작품이다. 자식을 못알아보는 늙은 아버지, 일하면서 치매 부모를 돌보는 어려움, 자식의 미래를 위해 이민을 가려는 부모, 생계를 위해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는 아내, 그리고 부모의 잘못과 연약함을 똑바로 바라보며 성장하는 어린 딸들.

나데르와 씨민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딸에게 부모중 한명을 선택케하는 잔인한 상황을 만든다. 유산을 하고 돈때문에 힘들어도 신앞에 죄 짓는 것을 두려워하는 라지에는 모슬렘 신앙의 상징같다. 모든 인물들이 연민과 안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누구와 살것인지 정했냐는 판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딸 테르메의 눈에 서서히 눈물이 차오르는 마지막 장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2012년, 이란 영화 최초로 오스카와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