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엘비스 ( Elvi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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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유난스러웠던 사춘기 시절,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망했다는 뉴스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충격을 받았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던  그 때, 유일한 낙은 좋아하는 가수들 노래를 듣고 텔레비젼에서 주말의 명화를 보는 것이었다. 엘비스와 비틀즈의 노래들은  모든 가사를 외울 정도로 들었었다. 갑작스런 그의 죽음은 가뜩이나 사는 게 재미없던 그 때의 나를 한동안 우울하게 했다. 총과 자동차와 록 음악이 현란하고 정장 입은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가 주인공인 “로미오와 줄리엣”(1996) 부터 “물랭 루즈”(2001) 와 “위대한 개츠비”(2013) 까지 세련되고 강렬하고 환상적인 스토리를 만든 호주 감독 ‘바즈 루만’이 오랜 공백을 깨고 엘비스를 스크린에 환생시켰다.  2018년 작 “보헤미안 랩소디” 만큼 인물과 노래로 재미와 감동을 주는 빼어난 작품이다.

1997년, 엘비스의 매니저였던 ‘파커 대령’은 말년에 병원에서 ‘로큰롤의 황제’로 불렸던 엘비스와의 만남을 회상한다. 엘비스는 미시시피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멤피스로 이주한다. 멤피스 ‘빌 스트릿’의 흑인 음악에 매료된 엘비스는 백인이면서 흑인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고 파격적인 춤동작으로 지방 무대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서커스단을 따라다니며 컨트리 가수의 매니저를 하던 파커는 앨비스가 부르는  “댓츠 올 라잇”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고 즉시 그의 스타성을 알아본다.  파커는 자신과 독점 계약을 맺으면 큰 무대에서 공연하게 하고 부와 명성을 가져다 줄 수있다고 엘비스를 설득한다. 당시는 흑백 분리 정책이 심하던 때. 인종 분리주의자인 미시시피 상원의원은 백인인 엘비스가 흑인 창법으로 노래하며 엉덩이를 흔드는 댄스 동작들이 지나치게 외설적이라 백인 문화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그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청문회까지 연다.  결국 카터의 권고로 엘비스는 감옥에 가는 대신 공군에 자원해서 독일로 떠난다. 엘비스가 군복무중 아들을 걱정하던 엄마가 알콜 중독으로 사망한다.  엄마를 잃은 상실감으로 슬퍼하던 엘비스는 장교의 딸 ‘프리실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딸을 낳고 영화에도 출연하고 풍요롭게 지내지만 카터의 지시대로 가볍고 달콤한 노래만을 부르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엘비스는 자기 본연의 스타일을 찾기로 결심하고 카터 몰래 다른 뮤지션과 방송국 스탭과 컴백 스페셜을 준비한다. 원래는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고 캐롤을 부르기로 한 스페셜 쇼에 블랙 가죽 자켓과 꽉 끼는 의상을 입고 자신의 힛트곡을 엉덩이춤을 추며 열창한다. 회사 간부들은 소송하겠다며 화를 내는데 쇼는 대박을 치고 사람들은 황제의 귀환에 열광한다. 스페셜 방송 후 엘비스는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큰 라이브 무대를 이어간다. 전국 순회 공연도 하는데 가는 곳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최고의 위치에 오른 엘비스는 팀원들과 해외 공연을 기획하지만 카터가 반대한다. 네델란드 출신으로 수십년간 불법체류자인 카터는 미국을 떠날 수 없는 상황. 나중에 이사실을 알게 된 엘비스는 그를 해고하지만 카터의 계략으로 같이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된다. 거듭되는  공연으로 지쳐가던 엘비스는 진통제를 남용하고 아내와도 헤어진다.  영화는 그의 마지막 공연 장면을 보여준다. 살집이 있는 몸과 창백한 안색을 한채 ‘언체인드 멜로디’를 부르는 데 왠지 슬프다.  엘비스역의 아역 배우 출신인 ‘오스틴 버틀러’가 경탄스럽다. 촬영 당시 스물 아홉이었는데 이십대 초반의 엘비스부터 그의 비상과 좌절 그리고 40대의 고독하고 살찐 엘비스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직접 노래하고 춤을 춘 버틀러는 벌써부터 각종 영화제와 내년 오스카 주연상 후보로 자리매김하는 추세이다. 대배우 ‘탐 행크스’ 는 5시간씩 걸리는 특수 분장을 하고 비대한 몸집의 늙은 여우같은  카터를 소름끼치도록 연기한다. 각본과 연출, 의상과 소품등이 흠잡을 데 없고 엘비스의  공연을 현장에서 보는 것같은 촬영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