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19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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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낚시를 전혀 모르던 내가 한번 배워 보고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것도 강에서 긴 낚시줄을 던져서 잡는 제물 낚시(fly fishing)를 말이다. 세 아이를 키우며 일과 가사에 지쳐갈 즈음에 개봉한 영화를 보고 나서다. 영화속 낚시 장면은 경이롭고 황홀했다. 1976년 출간된 동명의 자전 소설을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영화화했는데 오스카 촬영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영상미가 뛰어나다. 젊은 ‘브래드 피트’가 빛나는 용모로 반항적이고 열정적인 주인공을 연기한다. 그래미와 오스카상 후보였던 음악도 부드럽게 영혼을 쓰다듬는다.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데 다시 보아도 좋다.
1920년대, 몬태나주의 미술라 타운. 장로교 목사 ‘존 매클린’ 은 두 아들 ‘노만’과 ‘폴’을 엄격한 가정 교육으로 키운다. 순종적이고 성실한 형 노만과
거칠것 없는 동생 폴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강에서 낚시를 한다.
노만은 동부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때는 금주령이 내려진 재즈의 시대. 폴은 지역 신문 기자로 일하는데 주류 밀매점에서 술을 마시고 포커 노름도 즐긴다. 이제 폴은 숙련된 낚시꾼이 되었다. 노만은 파티에서 잡화점 딸 ‘제시’를 만나 데이트를 즐긴다. 폴은
술집에서 싸움에 휘말리고 경찰서에 갇힌다. 노만은 경관에게 폴이 도박 빚을 져서 지역 갱들의 타겟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동생이 걱정된 폴은 돈을 주려고 하지만 폴이 거절한다. 당시 술집은 불법 알콜 밀매, 도박과 매춘이 성행하는 범죄 소굴. 노만은 시카고 대학에서 영어 교수 자리를 제안받고 제시에게 청혼한다. 노만은 폴에게 같이 시카고로 떠나자고 제안하지만 폴은 고향에 남겠다고 한다. 노만은 아버지와 폴과 마지막으로 강에서 송어 낚시를 한다. 폴은 커다란 송어를 잡고 이를 지켜 본 아버지는 대견해 한다. 얼마 후 노만은 폴이 갱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사망했다는 경찰의 통보를 받느다. 시간이 흐르고 노만은 아내와 아이들과 예배에 참석해 아버지의 마지막 설교를 듣는다.
그리고 노만은 같은 강에서 홀로 송어 낚시를 한다.
아버지, 노만, 폴의 애정과 케미가 힘있고 감정적이다. 무엇보다 처연히 흐르는 강물이 마음을 흔든다. 경건한 의식처럼 진행되는 제물 낚시는 감탄스럽다. 낚시 경험이 없었던 브래드 피트는 촬영전 4주간을 최고의 실력자에게 집중 훈련을 받았다. 사색적이고 깊이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