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교수의 심리학 세계] 골프를 알면 인생이 보인다. 5: 골프의 멀리건은 제한이 있지만, 인생의 멀리건은 제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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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아마추어 골퍼들은 첫 홀에서 몸이 잘 안 풀리고 긴장해서 티샷을 실수하면, 동반자들의 동의하에 샷이 오비가 나거나 해저드에 빠져도 벌타 없이 다시 공을 칠 기회를 주는 규칙이 있는데 이것을 멀리건(Mulligan)이라고 부른다. 멀리건의 유래는 1930년대에 미국의 신문 기자 두 명이 라운딩할 동반자를 찾지 못하자 골프장 라커룸에서 근무하던 한 청년에게 제안해서 같이 라운딩을했다. 이 청년은 골프를 친 경험이 없어 오비가 많이 났고, 해저드에 많이 빠졌다고 한다. 그 청년은 연습 부족이라고 주장하고 다시 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고, 기자들은 이 청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 청년 이름이 멀리건이었고 여기에서 멀리건이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프로골프나, 내기하는 아마추어들에게 멀리건이 아예 처음부터 없다.

골프와 같이 인생의 삶에도 멀리건이 있어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하거나 실수를 했을 때 벌타 없이 새롭게 기회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인생의 멀리건은 골프의 멀리건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골프의 멀리건과 같이 인생의 멀리건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재정렬을 하고 공을 쳐야 한다.  멀리건을 받았을 때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서둘러 스윙을 하면 또다시 실수하게 된다. 반드시 티도 옮기고, 스윙폼도 다시 연습하고 심호흡하고 편안하게 샷을 해야 똑바로 공을 보낼 수 있다. 부부 상담이나 인생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이 실제로 자신의 삶에서 인생 멀리건을 여러 번 사용했지만, 결과가 안 좋아서 좌절하고 실망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 전후를 잘 듣고 분석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 샷을 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복하면서 결과를 바꾸려고 시도했다. 골프나 인생도 결과를 바꾸려면 목표를 이루려는 과정과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예를 들면, 부부 사이에 만성적인 갈등이 있는 사람들은 대화 도중에 상대방을 비난, 평가, 또는 멸시하는 언어폭력을 하거나, 대체로 상대방에게 문제의 책임을 전가한다. 이런 부부는 대화 기법을 개선하고 실수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또한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을 마시거나, 인터넷, 도박, 포르노, 일 중독 등 순간 회피하는 행동으로 대처하려고 시도한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길은 일단 자신의 스트레스를 직면하고, 알아차리고, 중독행동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만 인생 멀리건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둘째: 골프의 멀리건은 제한이 있지만, 인생 멀리건은 제한이 없다. 라운딩하다가 자신의 티샷이 실수해서 오비가 나거나 헤저드로 공이 날아가면, 당황하고 실망해서 순간 혹시라도 동반자들이 자비의 멀리건을 베풀어 줄까 해서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다. 동반 골퍼들은 남의 불행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겉으로는 안타깝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미소를 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인생의 멀리건은 자신이 실수했을 때 자신이 원하면 멀리건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기에 남의 눈치나, 타인의 자비를 구걸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일을 하다가 실수하면, 좌절하거나 자신을 너무나 질책하지 말고 멀리건 하나를 더 사용한다는 기분으로 삶에 도전하면 된다. 자신의 사업, 직장, 부부를 포함한 대인관계에 오비가 나더라도, 자신이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멀리건은 자신이 선택하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대체로 성공한 사람들은 인생의 멀리건을 잘 활용해서 7전 8기의 정신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다.

셋째: 멀리건은 첫 홀 티샷에서 실수할 때 벌타 없이 다시 칠 수 있는 기회이지 플레이 중에 해저드에 빠지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탈출해야 한다. 사람들은 심리적인 해저드에 빠져도 무벌타를 받고 빠져나오고 싶어서 그 상태를 부정하거나 속이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상담하다 보면 외도나 거짓말하다가 들킨 경우, 자신의 수치심이라는 해저드에 빠지면 결과를 회피하려고 부정하고 덮으려고 하는데 상황이 더 악화되고 가혹한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 해저드를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상황을 인정하고 직면하고, 감정을 안정시키고, 그에 대한 벌타를 받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넷째: 골프의 멀리건은 실수를 만회하는 땜질식 처방이지만, 점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수를 분석하고 교정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흔히들 골프에서 잘못된 스윙 자세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교정된 스윙으로 1만 번을 반복적으로 연습을 해야 수정된다고 한다. 상담하다 보면 제일 안 고쳐지는 습관이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분노를 파괴적 방법 즉 소리치기, 물건 던지기, 신체 폭력, 언어폭력으로 표현하지 말고, 화가 나면 자신을 안정시키고, 대화로 푸는 방법을 1만 번 정도 수정한다는 노력을 해야 분노 조절 방법이 수정된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고치기 어려운 사람들은 상담을 받아서 자신을 근본적인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뼈아픈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인생의 근본적인 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죄에 벌타를 주지 않고 새롭게 해주시는 예수님의 멀리건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멀리건을 사용해서 스스로 무벌타를 부여하고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매일 실수 샷을 할 수밖에 없기에 십자가의 은혜로 우리를 용서하시고 수용하시고, 예수님 안에서는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예수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영혼의 생사를 주관하시는 예수님이 우리를 정죄하지 않고 심판하지 않으셔야 인간의 근본적인 영혼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우리의 죄에는 무벌타라는 멀리건을 무한히 주시면서 우리가 변화되기를 믿고 위로하고 격려해 주시는 예수님의 도움이 없이 우리의 내면은 변화될 수 없다. 예수님이 주시는 멀리건을 사용하면 우리는 예수 안에서 항상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고 아무리 최악의 실수라는 해저드에 빠졌어도 새로운 피조물로서 항상 새롭게 인생을 도전하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