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이 건강?···고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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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만 먹은 아이 영양실조 사망 등 채소로 채워진 식단은 건강에 독

지난 2007년 미국 애틀랜타 주에서는 비건(vegan) 부부가 식단 문제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생후 6주 아들에게 두유와 사과 주스만 먹였다가 아이가 영양실조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채식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키우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2009년 덴마크에서는 비건 산모의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가 심각한 비타민 B12 결핍증에 시달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채식주의가 트렌드이자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과연 채식만 하는 사람이 육식을 하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살까. 고기를 먹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까. 고기를 먹지 않고도 식물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등등. 채식중심에 대한 여러가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혼란 속에 국가 공인 영양사이자 임상 영양 클리닉을 운영 중인 다이애나 로저스와 전직 연구 생화학자인 롭 울프가 함께 저술한 책‘신성한 소’(사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잡식주의자인 두 저자는 채식 열풍에 가려진 육식의 효용과 가치를 이 책에서 다각도로 고찰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일단 영양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수 만년 동안 적색육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은 우리에게 줄곧 소중한 에너지원이자 효율이 좋은 식량이었다.

그에 반해 채식 만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현저히 많은 칼로리를 섭취해야 한다. 많은 채식주의자들이 비타민 보충제 섭취로 영양 균형을 유지하기도 한다.

또 이마저도 선진국에서는 가능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채식주의자의 식단은 비현실적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 책은 육식이 암,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유발한다는 결과를 도출한 많은 연구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가 혼동되어 부풀려지거나 왜곡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기가 질병을 유발하는 유일한 요인이라는 논리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흡연이나 음주를 자제할 뿐만 아니라 운동을 열심히 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또 채식주의자들은 가공식품이나 설탕도 덜 먹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대부분의 연구들이 이런 교란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나 인자로 고기, 특히 가공육은 1군 발암 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고기 외에도 공기, 와인, 햇빛이 드는 창가에 앉아 있는 행동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밟으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바나나 껍질을 자동차와 같은 카테고리에 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교한다.

윤리적·철학적 관점에서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책은 채식을 포기한 블로거에게 가해진 협박이나 조롱, 정육점에 대한 시위와 테러 협박, 비건 부모로 인한 아이들의 영양 결핍 등의 사건을 조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을 수 있고 없는 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어떻게 생산하고 먹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저자들은 “이 문제는 기술적이거나 도덕적인 것이 아니다. 심지어 유전적인 문제도 아니다. 우리의 문제는 시각에 관한 것이다. 인간의 결점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대단히 복잡한 과정을 피상적으로 보고, 흑백으로 구분하고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단순화하는 성향일지도 모른다”고 전한다.

한편 책의 제목인 ‘신성한 소(SACRED COW)’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을 뜻하는 표현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이 말을 ‘(특히 부당하게) 그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생각이나 관습, 제도.’로 정의하고 있다.

<서울경제-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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