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남성이 훨씬 높아···호르몬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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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이 중증 완화에 도움 추정

남성에 에스토르겐 투입 임상실험 시작

일부선 “폐경 여성 낮은 사망률은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하는데 여성 호르몬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같은 질문이 제기되는 것은 코로나19에 걸린 환자 중 여성의 치사율이 남성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것은 세계 공통 현상이다. 뉴욕 주에선 사망자의 60% 이상이 남성이고, 이탈리아와 중국에서 남성 환자가 훨씬 많이 숨진 것으로 나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남성의 사망률은 4.7%로, 여성보다 거의 2%포인트나 높았다.

기록적인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중국, 이탈리아, 미국 여성은 남성보다 심각하게 아플 가능성이 적고 생존 가능성도 훨씬 높았다. 미시건, 인디애나, 워싱턴, 뉴욕 등 주별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자료에서도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 중 여성이 많고, 사망자 중에선 남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처럼 남성이 여성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통계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여성 호르몬으로 코로나 19를 치료하는 임상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롱아일랜드 스토니브룩대학교 의대와 LA시더스-사이나이 병원 2곳에서 여성호르몬이 남성 코로나19 환자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임상실험을 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임상실험에서는 일정 기간동안 남성환자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한다.

먼저 지난주 스토니브룩 대학교 의대에서 열. 기침, 호흡곤란, 폐렴 증상으로 응급실에 온 110명을 대상으로 에스토르겐 호르몬을 투여하는 치료를 시작했다.

다음주 시더스-사이나이 병원에서는 여성에서 주로 발견되는 프로게스테론으로 남성 환자를 치료할 예정이다. 프로게스테론은 항염증 특성이 있으며 사이토카인 스톰이라 불리는 면역계의 유해한 과잉 반응을 예방하거나 약화시키고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의 가능성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가설로 실험에 들어간다.

시더스-사이나이 폐전문의 세라 간데하리 박사는 “중환자실 남녀수에 현저한 차이가 있으며 남자환자가 확실히 더 악화되고 있다”며 “중환자실 환자와 인공호흡기 환자의 75%가 남성이다”고 말했다.

간데하리 박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면역력이 약하지만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높은 임산부는 코로나19 과정이 비교적 가볍게 겪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여성과 임산부가 코로나19로부터 보호받는 이유로 여성호르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면역력 성별 차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여성호르몬이 주요 원인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여성 노인 환자가 남성 노인환자 보다 더 오래 살지만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성별 차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면역차이와 행동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고 말한다. 남성은 담배를 피우고 또한 손을 덜 씻는다.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의 감염병 전문의 사브라 클라인은 “여성호르몬이 주요 보호 요소라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여성 노인은 폐경기 이후 여성 생식 호르몬이 급감하기 때문에 나빠질 것”이라며 “에스트로겐에 면역조절 특성이 있지만 93세 여성이 빨리 회복하는 것을 보면 이게 호르몬 덕분인지는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여성은 면역체계도 남성보다 강하지만 여러 행태적 요인들도 남성과 확실히 달라, 여성 호르몬은 여성의 치사율을 낮게 하는 다른 여러 복합적 요인들과 더불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두 병원의 ‘여성호르몬’ 치료가 실제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수개월 임상 실험이 필요하다.<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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