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야 잘 건너기: 성숙

912

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광야 40년 생활을 끝낸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를 뒤이어 리더가 된 여호수아와 함께 요단 강을 건너 드디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갔습니다. 시내산에서 1년의 준비 기간을 마치고 광야에 들어가 40년 동안 순종과 믿음으로 달려온 백성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여호수아 5장이 그 답을 담고 있습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왔으니 이제부터는 정복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전쟁에 필요한 것은 전략과 무기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런 것들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백성들은 뭘 했을까요?

먼저 이스라엘 백성들은 할례를 행했습니다. 할례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의 관계를 잊지 않기 위해 양피를 베어내는 의식입니다.  할례가 처음 등장하는 창세기 17장을 읽어보면 하나님께서 할례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시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사내 아기가 태어나면 8일만에 할례를 행하라고 명령하시면서, 만약 할례를 받지 않으면 내 백성이 될 수 없다고까지 아주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출애굽 이후에 태어난 자녀들에게 할례를 행하지 못한 겁니다. 불안정한 환경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광야를 통과하면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된 백성들은, 할례를 행하는 것이 전쟁을 준비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물론 현재 상황이 할례를 행하기 좋은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할례를 행해 며칠 동안 전투력을 상실한다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를 틈타서 가나안 족속들이 공격해온다면 불행한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할례를 행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광야를 건너는 동안 백성들의 영성이 성숙해진 겁니다.

그 다음으로 행한 일은 유월절을 지킨 겁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구해내실 때, 하나님께서 애굽에 내리신 마지막 재앙은 애굽의 장자들을 죽이신 겁니다. 이때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을 잡아 문설주에 피를 발랐고, 이 피를 본 천사들은 그 집을 지나쳐 갔습니다. 하나님께선 이날을 대대로 기념하라고 하셨고, 그래서 유월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백성들은 유월절을 지키면서 자기들을 애굽에서 건져 내기 위해 하나님께서 행하신 기적들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놀라우신 성품 하나하나를 찬양하며 힘을 얻게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시내산에서 출발한 후 가나안에 도착할 때까지 유월절을 지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오자마자 유월절을 지킨 겁니다. 일주일 동안이나 긴장을 풀고 예식을 준비하고 행하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 예식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가슴에 다시 새기는 일이, 어떤 전쟁 준비 보다 앞서야 한다고 믿었던 겁니다. 백성들은 유월절을 지키는 동안 이렇게 고백했을 겁니다. “40년 동안 광야에서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는 동안, 하나님의 성품, 즉 거룩하시고 전지하시고 전능하시고 신실하시며 사랑이 무한하신 하나님의 성품을 다 경험했고, 그래서 확실히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나안 족속들과의 전쟁을 앞둔 지금도 우리들은 확실하게 믿습니다. 우리 조상을 애굽에서 구해내신 하나님께서 이 정복 전쟁도 승리하게 하실 것을.” 광야를 건너는 동안 백성들의 영성이 성숙해진 겁니다.

백성들이 영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을 보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군대 장관을 보내 여호수아를 만나게 하신 겁니다. “우리 편이냐 우리의 적이냐”고 묻는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의 군대 장관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여호와의 군대 장관이다.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 이 대답을 듣고 여호수아는 큰 힘을 얻었을 겁니다. 가나안 정복 전쟁에 하나님의 군대 장관이 함께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네가 선 곳이 거룩하다는 말씀은 더 큰 위로가 되었을 겁니다. 가나안 땅이 거룩하다는 뜻은 이곳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군대 장관뿐 아니라 하나님께서도 함께 하시는 전쟁이니 걱정할 것이 전혀 없는 겁니다. 하나님께선 믿음이 성숙한 백성들을 보고 그들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주신 겁니다.

우리는 코로나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2022년을 시작하면서, 광야의 영성을 함께 묵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앞에 놓인 2022년이라는 광야를 잘 건널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하다가, 광야에서 40년을 지낸 이스라엘 백성들을 떠올렸고, 그들의 경험에서 지혜를 얻고자 그들의 체험기를 깊이 묵상했습니다. 이 일련의 묵상을 통해 배운 지혜를 실천함으로, 우리 모두가 2022년의 광야를 잘 건너길 바랍니다. 하루를 시작하기전,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고, 영혼에서 우상을 제거한 후 오직 하나님 손만 꼭 잡고 출발하길 바랍니다. 매일 하루 분량의 광야를 지날 때 순종과 믿음으로 하나님만 의지하기 바랍니다. 그래서 일년 후 영적으로 부쩍 성숙해진 모습으로, 그렇게 잘 살아낸 자들을 위해 준비해두신 하나님의 선물을 마음껏 누리는 복된 삶이 되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