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도 한국정부의 대북관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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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한미자유연맹 부총재)

한국정부의 ‘북한내 원전건설’관련 의혹이 한국을 달구는 ‘핫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핵보유국이 이미 된 북한에게 더욱 많은 핵무기를 제조할수 있도록 해줄수 있는 것이 바로 북한내 원전건설이다. 그렇게 될경우 미국과 본격적으로 핵보유국으로서 핵군축협상을 벌일수도 있고, 이란, 시리아 및 테러리스트 그룹들에게도 핵무기를 전파할 여력이 생긴다.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하지만, 아이디어라는 것은 실행을 염두에 두고 하는 사전작업이다. 94년 김영삼 정부시기에도 원전건설이 거론되지만, 그때의 북한은 6차핵실험이 끝나지 않은 비핵보유국상태였다. 현재 미국정부와 미국내 다수의 대북전문가들이 북한내 원전건설과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문제를 삼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북한의 불법적 핵과 미사일 그리고 관련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본다며 그 근거로 핵과 미사일 시험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계속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관련하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5일 정의용 후보자의 이 발언에 대하여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그리고 관련 고급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고 지구적인 비확산 체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평가해서 동맹 및 동반자 국가들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접근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서 정의용 후보자의 설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의견을 내었다.

또한 최근 VOA(미국의 소리)방송은 다수의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대변인 역할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는 기사를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전문가들로 안보라인을 구성, 한국정부의 북한 대변인 역할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북한과 핵 협상에 나섰던 전직 미국 당국자들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비핵화의 정확한 정의를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즉 북한이 김일성시대부터 주장해온 “핵자산을 보유한 주한미군이 철수 하면 북한도 비핵화한다”라는식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자체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신뢰하지 않기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한국 최고위급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고 말했다. 1990년대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지난 5일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설득력 있는 증거 없이 트럼프 정부에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지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이어 “한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조속한 북한 관여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같은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바이든 정부는 그런 주장에 ‘회의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정부 관리들은 과거 북한 문제를 직접 다뤄봤고, 북한의 완전히 무장해제할지 여부에 대해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정부 관리들이 매우 현실적이고 해박하다며,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 데 이어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를 맡았다. 1994년 북 핵 1차 위기 당시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도 최근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다고 설득하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른 전직 관리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좀 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봐야 한다며, 북한의 행동은 비핵화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어떤 말과 행동도 핵무기 포기 의사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특히 8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핵 시스템 개발을 밝힌 것은 핵 포기와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이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