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수를 없애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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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훈

이범훈 목사(모자이크교회 담임)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지 10년이 지난 뒤에, 서독의 그리스도인들이 폴란드 그리스도인들을 찾아가 독일이 폴란드인들에게 행한 일에 대한 용서를 빌었다. 그때 폴란드 그리스도인 한 사람이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용서를 구하는 당신들의 요구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바르샤바의 돌 하나하나가 모두 폴란드인들의 피로 젖어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싸매어지지 않은 아픔 속에 그대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헤어지기 전에 함께 기도하고 주기도문을 외우다가 한 부분에서 일제히 멈추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그들 가운데에 긴장감이 돌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던 그 폴란드 형제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으면서 이 주기도문으로 기도할 수가 없군요. 인간적으로는 용서가 안되지만 주님의 뜻에 순종하길 원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용서합니다!”

남의 과실을 참고 용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용서는 주님의 뜻에 순종하는 믿음의 선택이며, 용서는 손해를 보거나 지는 것이 아니라 승리하는 것이며 우리의 삶을 위대하게 만든다. 구약성경에 형제들에 의해서 노예로 팔렸던 요셉은 악을 행한 형제들을 용서했다. 하나님은 그런 요셉을 높이셨고 애굽의 총리가 되게 하셨으며, 악을 행한 형들과 그 온 가족을 기근의 고통 중에서 구원하게 하셨다. 다윗은 자기를 죽이려는 사울 왕을 끝까지 참았고, 하나님은 그런 다윗을 높이셔서 사울을 대신하여 이스라엘 왕이 되게 하셨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용서를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 당시 유명한 변호사 에드윈 스탠튼은 링컨을 업신여겼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모욕을 주었다. 링컨이 변호사 시절에 중요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섰을 때에, 스텐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법정을 나가며 이렇게 말했다. “저 따위 촌뜨기 변호사와 같이 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스탠튼은 링컨을 무식하고 교활한 어릿광대라고 조롱하기도 했고, 이렇게까지 말했다. “고릴라를 잡으려고 아프리카까지 갈 필요 없이 일리노이 스프링필드로 가면 링컨이라는 고릴라가 있다!”세월이 흘러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을 때에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미국의 재난입니다!”

그런데 링컨은 내각을 구성할 때에 가장 중요한 자리인 국방부 장관의 자리에 자기에게 그렇게 모욕을 주고 비방하던 스탠튼을 앉혔다. 모든 참모들이 링컨에게 스탠튼의 임명을 재고해 달라고 건의했다. ”대통령 각하, 우리는 스탠튼이 오랜 세월 각하를 비난해 온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도 각하를 비난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그런 사람을 가장 중요한 자리인 국방부 장관의 자리에 앉힐 수 있습니까?” 그때 링컨이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부장관을 할 충분한 자질이 있습니다. 그는 지금 남북전쟁의 이 난국을 훌륭하게 극복해 낼 수 있는 소신과 추진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그가 이 난국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나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도 각료들이 물러서지 않고 원수를 없애 버리자고 하자 링컨이 이렇게 말했다. “원수는 우리 마음 속에서 없애 버려야 합니다. 원수를 사랑으로 녹여 친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예수님의 뜻입니다. 그 사람은 이제 나의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그리고 링컨은 스탠튼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했고, 그를 존중하며 예절을 다해 대우해 주었다. 훗날 링컨이 암살자의 총에 쓰러진 날 밤에 그 곁에 있던 스탠튼은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 인류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지도자가 누워있습니다!”(전광,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

그렇다. 원수를 없애는 방법은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그럴때 삶의 진정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언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