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님의 긍휼, 눈물을 기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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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누가복음 7장에 딱 한 번 등장하는 나인 성은 현재 그 흔적을 찾기가 힘듭니다. 기록에 따르면, 나인 성은 큰 길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전혀 방문할 일이 없는 그런 외지고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곳을 향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가셨습니다. 긍휼하신 주님께선 독자를 잃고 애통해 하는 과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으셨던 겁니다. 주님은 죽은 아들을 살려 주심으로 과부의 눈물을 기쁨으로 바꿔 주셨습니다. 주님처럼 우리도 긍휼을 실천해야 합니다.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하우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이 물러간 후, 한 사람이 워싱턴 장군을 방문했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70마일쯤 떨어진 에프라타에서 찾아온 피터 밀러 목사였습니다. 워싱턴은 아주 반갑게 목사를 맞았습니다. 미국 독립을 위해 대륙군을 이끄는 워싱턴은 1777년부터 1778년 사이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영국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전세가 불리했지만 워싱턴은 지역 주민의 도움을 받아 잘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에프라타에 있는 루터교는 자기들의 수련원을 부상자 치료를 위한 임시 병원으로 내주었습니다. 그날 찾아온 피터 목사가 바로 그 수련원의 원장이었던 겁니다.

워싱턴은 피터의 얼굴에서 피곤함을 보았습니다. “그 연세에 에프라타에서 여기까지 밤새 걸어오신 건가요?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오셨는지요?” 피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장군, 마이클 위드맨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이클은 에프라타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는 영국군 총사령관 하우 장군이 보낸 정탐군 둘이 그 여관에 묵기 위해 들어왔습니다. 그들의 정체를 모르는 마이클은 정탐군들 앞에서 하우 장군을 험담했고, 참다 못한 정탐군들은 총을 꺼내 들었습니다. 사력을 다해 그 자리를 빠져나온 마이클은 루터교 수련원에 3일을 숨어 있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영국군 본부가 있는 필라델피아로 갔습니다. 대륙군에 대한 중요한 기밀 정보를 알고 있다고 말하고 하우 장군을 접견할 수 있었지만, 그곳에 함께 있던 정탐군에 의해 정체가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사색이 된 마이클은 에프라타에 있는 대륙군 병기 창고의 위치를 밀고하고는 제발 목숨만 살려 달라고 빌었습니다. 하우 장군은 이런 자가 그런 고급 정보를 알고 있을 리가 없다고 무시하고, 죽일 가치도 없는 자니 그냥 쫓아내라고 명령했습니다. 목숨은 건졌지만, 영국군이 물러간 후 그가 한 일이 대륙군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고, 결국 마이클은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피터는 마이클을 살려 달라고 그 먼 길을 쉬지 않고 걸어 워싱턴을 찾아온 겁니다. 워싱턴은 피터에게 말했습니다. “아무리 목사님의 절친한 친구라고 해도 그가 지은 반역죄는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피터가 대답했습니다. “그는 나를 원수처럼 대한 사람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마이클은 평소에 피터 목사를 아주 심하게 괴롭혔습니다. 얄팍한 신앙 지식으로 피터 목사를 비난했고, 길에서 만날 때마다 피터의 얼굴에 침을 뱉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으며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피터 목사는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마이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고 마음 속으로 그를 용서했습니다.

그런데 피터는 마이클의 생명을 구하러 그 먼 길을 밤새 걸어 워싱턴을 찾아온 겁니다. 마이클을 위해 변호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전혀 없던 때에, 그에게 심한 모욕과 학대를 당한 피터만이 그를 살려 달라고 호소한 겁니다. 워싱턴은 피터의 긍휼한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피터 목사를 통해 예수님을 본 겁니다. 워싱턴은 마이클을 풀어주었고, 이후 군과 나라를 통치하는 동안 이때 받은 교훈을 잊지 않고 긍휼을 실천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성도들의 마음은 주님의 긍휼로 가득하고 손과 발은 그 긍휼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럴 때 세상은 그리스도의 향기와 온기로 가득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