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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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권 목사/크로스포인트교회 담임

‘울려 퍼져 가던 소리가 산이나 절벽 같은 데에 부딪혀 되울려오는 소리.’라고 정의하는 메아리는 아지랑이나 무지개처럼 곱고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에코(Echo) 외에도 산명(山鳴), 산울림이라고도 하는데, ‘고래와 박쥐는 초음파를 주변 지역에 발산한 뒤 메아리 현상으로 인해 반사되어 오는 소리를 이용해 주변 상황을 인식한다.’고 사전은 전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관계를 양과 목자에 자주 비교하셨으며, 구약성경의 위대한 인물 아브라함, 이삭, 야곱, 모세, 다윗 등은 목자였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로 시작하는 시편 23편;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 시키셨도다.’고 메시아의 고난을 예언한 이사야서 53장; 선한 목자의 비유를 담은 요한복음 10장; 잃은 양을 찾아 헤매는 목자의 비유인 누가복음 15장 등은 우리에게 익숙한 양과 목자의 이야기들입니다.

아름다운 햇살이 산기슭에 오르고 멀리 동내가 보이는 평화롭고 정겨운 아침입니다.   도둑이나 사납고 악한 짐승들로부터 양떼를 지키기 위해 쌓은 돌담 벽 사잇문으로 목자가 들어갑니다. 먹이고 돌보며 길러온 사랑스러운 양들, 성격 신체적인특징 식성 습관 혈통 병을 앓은 기록 등 모든 것을 낱낱이 알고 있는 목자는 양들에게 각각의 이름을 붙여 부릅니다. ‘야, 너, 이놈, 이 새끼, 이 녀석,’ 하지 않고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붙여, 목자 특유의 부드러운 음성으로 놀라지 않게 나지막하고 강한 ‘톤’으로 불러냅니다. 매번 들어 익숙한 목자의 ‘음성 코드’가 양들의 귀에 ‘메모리(memory)’되어 있습니다.  그중에도 특별히 말썽꾸러기,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를 주목합니다. 어디가나 말썽꾸러기는 있는 법, There is a black sheep in every flock,이라는 영어 속담도 있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목자가 다시 양들을 불러들입니다. ‘메모리’된 낯익은 ‘음성 코드’를 들은 양들이 귀를 쫑긋이 세우고 소리 나는 쪽을 향하여 ‘음매 ~’를 합창하며 달려옵니다. 그런데 목자의 눈에 그 말썽꾸러기, ‘트러블 메이커’가 안 보입니다.  근처를 살피며 불러도 대답 없는 메아리입니다.  더 먼 들판을 살피며 목청을 높이자 ‘에코(Echo)’만 따라 울립니다. 산속을 헤매기 시작하는 목자, 목이 터져라 부르는 산울림, 메아리가 계곡에 가득합니다. 갑자기 변하는 날씨와 사자 같은 맹수들의 위험, 여우처럼 잘 꾀는 짐승들의 위협에 노출되어있습니다!  계곡을 헤매느라 가시에 옷이 찢기고 엉겅퀴가 감깁니다.

새벽녘 바위틈에서 메아리를 듣고 부스스 일어나는 양을 발견하는 목자, 포기하지 않고 ‘찾을 때 까지 찾은’ 보람입니다. “너, 거기 있었구나!” 눈이 마주치자 미움보다는 반가움이 앞섭니다. 덥석 들어 무거운 줄도 모르고 목에 감는 목자의 모습, 쿵쿵 뛰던 가슴이 내려앉고 기쁨이 올라옵니다. 집에 돌아와 이웃을 불러 모으고 잃었던 양을 찾은 성대한 잔치를 벌입니다.

우리의 이름을 부르며 온 세상을 찾아 헤매는 선한 목자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위험과 위협에 노출 된 길 잃은 말썽꾸러기, ‘트러블 메이커’, 우는 사자처럼 찾아다니는 사탄, 여우처럼 꼬이는 거짓 종교와 이단의 위험에 노출되고, 폭풍우 같은 하나님의 진노가 항상 그 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내 이름을 부르고 계시는 여호와여!, 이젠 내 이름이 메아리가 되지 않습니다. 목자의 튼튼한 어깨위에 안전하고 완전하며 영원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