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주가 상승 국면…최고가 회복까지는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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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은행 한달 14% 상승, 연준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

뉴욕 증시가 하반기를 앞두고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부진했던 금융주가 본격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한 달 지역 은행들의 주가가 10% 넘게 올랐는데 금융 시스템 불안 우려가 가시고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남가주 한인은행들의 주가도 많이 올랐는데 이는 경영 안전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나스닥 시장에서 주요 지역은행 종목들 위주로 구성된 KBW리저널뱅킹 상장지수펀드(ETF)는 5.32%(2.30달러) 급등한 45.4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8일 이후 최근 한 달 간 주가 상승률은 살펴보면 13.5%를 기록했다.

3월 8일 SVB 파산 이후 부진했던 흐름에서 반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KBW리저널뱅킹 ETF는 SVB 파산으로 예금 감소 리스크에 주로 노출됐던 지역 중소형은행 종목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되는 등 금융권 리스크가 잠잠해지자 은행들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주의 상승세는 향후 증시 상승세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들어 뉴욕 증시의 랠리는 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등 빅테크 종목들 위주로 진행돼 왔다.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하려면 다양한 업종으로 온기가 퍼져나가야 하는데 대형 IT 기업들만 올라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그런데 이제 금융주도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보인 만큼 시장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금융주는 뉴욕 증시를 이끄는 핵심 업종으로 금융주의 회복 없이 뉴욕 증시의 지속적인 상승세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12~13일 예정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망이 증시와 금융주 전반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약 80%로 전망되는데 긴축 사이클 종료가 주가 상승 기대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CNBC와 인터뷰한 금융투자회사 KKM파이낸셜의 제프 킬버그 최고경영자(CEO)는 “S&P 500 지수가 9개월만에 최고점을 돌파하면서 상단을 넘어선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다음주 연준이 내릴 결정에 대해 시장이 낙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주 랠리에 한인은행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선두 한인 은행 뱅크오브호프 지주사 호프뱅콥 주가는 나스닥 시장에서 7.3%(0.62달러) 오른 9.1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5월 8일 이후 최근 한 달 간 상승률은 17.1%로 지역 은행들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이외에 한미은행(15.6%), PCB(17.2%) 등 다른 한인은행들 주가도 5월 이후 순항 중이다.

한인 은행들의 경우 파산한 SVB 은행과 같이 예금 유출 위기는 없었지만 같은 중소형 은행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는데 이제 반전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기록한 최고가와 비교하면 한인은행들의 주가는 여전히 부진하다. 뱅크오브호프가 지난해 고점(16.96달러) 대비 46.3% 하락했고 한미은행(-40.0%)과 PCB(-32.6%), 오픈뱅크(-38.0%)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주가 상승세가 향후 본격화하면 한인 은행들의 경영 안전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인은행들과 같은 상장 지역 은행들의 경우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하면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을 늘리라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올해초 한인 은행 내부에서는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이 활발하게 출현하기도 했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한인은행권 뿐만 아니라 지역은행들 전반적으로 주가가 지나치게 추락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안정세가 나타나면 은행 경영에도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