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3-2017] 2017년 신년휘호 ‘완물상지’(玩物喪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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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대한항공 시카고지점장을 지낸 전병기 전 대한항공 상무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본보에 신년휘호를 보내왔다. 글 내용은 ‘완물상지’(玩物喪志)로 ‘객쩍은 물건을 애완하여 소중한 뜻을 잃는 것’을 뜻한다.

은(殷)나라의 마지막 왕 주(紂)는 잔일한 성격의 군주로 권력을 가지고 민간의 재화나 진기(珍器)를 거두어들여 재궁전을 세우고 밤낮으로 유흥에 탐닉하고 있었다. 주(周)나라의 서백(西伯:서방 여러 민족의 우두머리) 창(昌)은 겉으로는 주 왕에게 복종하는 체 했으나, 내심으로는 은나라를 쓰러뜨릴 것을 생각하고 착착 실력을 쌓아 나갔다. 창이 죽고 발(發: 후에 주나라의 무왕)이 뒤를 이었다. 기원전 1051년, 그는 은나라 타도를 위해 군사를 일으켜 황하를 건너 은나라의 수도로 진격했다. 이 보고를 받은 주는 서둘러 죄인을 석방하고 70만 대군을 편성해 주나라의 군사를 목야(牧野)에서 맞아 치기로 했다.

그러나 계속 학대를 받아 온 죄수나 노예에게 주왕에 대한 충성심이 있을 턱이 없었다. 은나라 군사는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주왕은 궁전에 불을 지르고 죽었다. 주나라를 세운 무왕은 건국 공신과 제후를 각지에 봉함과 동시에 먼 나라에도 사자를 보내어 자기의 문덕(文德)과 무공(武功)을 전하고 신하로서 복종할 것을 촉구했다. 하루는 서방 저 먼 곳에 있는 여(旅)나라의 사자가 와서 큰 개 한 마리를 헌상했다. 무왕은 이꺼이 이 진귀한 헌상품을 수령하고 사자에게 많은 상을 내렸다. 그걸 본 태보(太保) 소공(召公)이 글을 올려 무왕에게 간언했다.

“사람을 가지고 놀면 덕을 상하고, 사물을 가지고 놀면 뜻을 잃습니다.(玩人喪德 玩物喪志-완인상덕 완물상지)”

그것을 읽은 무왕은 은나라가 멸망한 것을 교훈 삼아 그 개는 물론 헌상품을 하나도 남김없이 제후와 공신들에게 나누어 주고 정치에 전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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