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만에 막내린‘카스트로 시대’

465
지난 18일 폐막된 쿠바 공산당 제8차 전당대회에서 총서기직에서 물러난‘혁명세대’ 라울 카스트로(오른쪽)가 미겔 디아스카넬 신임 총서기의 손을 치켜들고 있다. <로이터>

쿠바혁명 이후 출생 디아스카넬 총서기
혁명 세대와의 공생···급진변화 없을듯
미국과 관계개선·경제재건이 당면 과제

60년 넘게 쿠바를 통치해 왔던 ‘카스트로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쿠바 공산당이 미겔 디아스카넬 베르무데스 대통령을 신임 총서기(제1서기)로 지명하면서 ‘혁명 후세대’의 본격 출범을 알렸다. 젊은 지도자가 개혁ㆍ개방과 경제 재건,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 산적한 과제에 맞서 새로운 쿠바를 어떻게 설계해 나갈지 주목된다.

쿠바 공산당은 제8차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9일(현지시간)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총서기로 지명했다. 1959년 쿠바 혁명으로 집권한 형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2011년부터 총서기를 맡았던 라울 카스트로는 2016년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대에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며 퇴진을 예고했고, 올해 전대 첫날인 16일사임 의사를 공식화했다.

카스트로는 앞서 2018년 디아스카넬 대통령에게 국가원수 자리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승계하면서 그의 총서기 등극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카스트로는 이날 “디아스카넬은 즉흥적으로 선출된 게 아니라 고위직에 오를 만한 모든 자격을 갖춘 젊은 혁명가” 라며 정통성을 부여했다.

신임 디아스카넬 총서기는 1960년에 태어나 1959년 일어난 쿠바 혁명을 겪지 않은 세대다. 젊은 시절에는 긴 머리를 하고 영국 록 그룹 비틀스에 심취한 적도 있고, 라스비야스마르타아브레우대에서 전자공학 학위를 취득한 후 정계에 입문했다. 청년공산주의자연합 고위직을 꿰찬 뒤엔 실용적 행정가로 이름을 날리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러시아 혁명(1917년) 이후 출생(1931년)해 옛 소련의 개혁ㆍ개방을 진두지휘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연배만 차이 날 뿐, 집권 전후 상황은여러모로 유사하다는 평가다. 카스트로의 퇴장으로 이제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 중 혁명에 참여했던 인사는 알바로 로페스 미에라 국방장관만 남았다.

디아스카넬 총서기는 취임사에서 “우리(쿠바)가 맞닥뜨린 수많은 도전들에 맞서 혁명가들은 최전방으로 나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쿠바를 이끌었던 카스트로 전 총서기 등 ‘역사 세대’와 계속 소통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디아스카넬 총서기는 “라울 카스트로 동지는 지난 10년 동안 어려운 경제사회적 상황에서 국가를 운영했다”면서 “(앞으로도) 쿠바 운명에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다아스카넬은 “치열한 포위 속에서 주권과 독립을 달성하고 유지하는 어려운 일을 해낸 역사 세대로부터 주요 관리 책임을 ‘점진적’으로 인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공생’ 을 택했다는 의미여서 당장 급진적 개혁이나 정책 변화 가능성은낮게 점쳐진다.<김진욱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