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존 4년제 학사학위를 3년 만에 취득할 수 있는 축소형 학위 프로그램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4년제 학사학위가 보통 120학점인 것과 달리 일부 대학은 90학점만 이수하면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취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전통적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비영리 연구기관 랜드(RAND)에 따르면 올해 봄 기준 미국 26개 주에서 최소 한 곳 이상의 대학이 3년제 축소 학점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5월 기준으로 공개된 프로그램은 119개에 달한다. 지난해 공립대학의 주내 학생 평균 등록금과 수수료는 약 1만1,950달러, 사립 비영리대학은 약 4만5,000달러였기 때문에 학위 취득 기간을 1년 줄이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논란도 적지 않다. 교수단체 등은 전공 선택과 교양과목이 줄어 학생들의 학습 범위가 좁아질 수 있고, 고용주들이 3년제 학위를 기존 4년제와 동일하게 평가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대학원 진학이나 주정부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추가 학점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경영학과 마케팅, 컴퓨터·정보과학 분야는 상대적으로 학위 과정을 압축하기 쉬운 반면, 수학과 실습이 많은 공학이나 교사 자격증처럼 현장 경험과 주별 면허 요건이 필요한 전공은 축소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랜드에 따르면 교사교육 분야의 축소 학점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6개에 불과하다.
학생들도 장점과 위험성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3년제 과정을 선택하면 2만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고 노동시장에 1년 빨리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반면 회계사 자격시험이나 대학원 진학처럼 일정 학점 이상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추가 수업을 들어야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서 3년제 학사학위는 아직 새로운 제도인 만큼 대학원 입학이나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통일된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대학 등록금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학위 취득 기간을 단축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지만, 학위의 가치와 진학·취업 과정에서의 인정 여부가 향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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