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심사 강화에
처리 기간 2배 이상 늘어
적체 80만건 사상 최다
선서식 지연·취소도 속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 및 이민 심사 강화여파로 시민권 신청 승인 건수가 지난해보다 무려 72% 급감하는 등 시민권 취득 절차가 크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권 평균 처리 기간이 1년을 훌쩍 넘기면서 평균 기간이 2배 이상 늘어난데다, 심사 적체 건수는 80만 건을 넘어서면서 시민권 취득을 기다리는 이민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귀화 절차 지연이 신규 유권자 등록과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가 23일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연방 이민당국이 2026년 첫 8개월 동안 시민권 취득을 승인한 인원이 약 17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권 신청 적체 건수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당시 약 50만건에서 올해 8월 기준 80만건 이상으로 늘었다.
시민권 신청 평균 처리 기간은 지난 2025년 8월 기준 6개월에서 1년 뒤인 올해 8월에는 13개월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15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법 변호사들은 최근 시민권 인터뷰 일정이 늦어지거나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최종 승인과 선서식이 장기간 진행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권 취득 지연은 신청자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에 거주하는 독일 출신 이민자 마그달레나 클루치코는 2024년 9월 귀화를 신청하고 영어 및 시민권 시험을 통과한 뒤 2025년 7월 인터뷰까지 마쳤지만, 이후 진전이 없자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 한 달 뒤 신청 승인을 받았고, 지난 8월26일 시민권 선서식을 마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심사 지연이 자격 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토안보부는 귀화 신청자의 자격을 보다 철저히 확인하기 위해 심사 절차를 개편했다고 밝혔다. 도덕성 평가를 강화하고 세금 신고 내역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반미 활동 여부를 검토하고 영어 능력 요건도 강화했다. 시민권 시험 역시 트럼프 1기 때 도입했던 2020년 방식으로 되돌렸다.
연방 당국은 이와 함께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승인된 이민 신청을 재검토하는 작업에도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전임 행정부 관계자들은 당시 심사가 부실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승인 건수가 줄었다고 해서 거부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올해 첫 8개월간 귀화 거부 건수도 전년 동기보다 41% 감소했다. 이민 전문가들은 심사 기준 강화뿐 아니라 인터뷰와 최종 결정 자체가 늦어지면서 처리 건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같은 심사 지연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논란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신청자는 시민권 인터뷰를 통과하고도 선서식까지 수개월을 기다리면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권 선서식 취소와 연기도 잇따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