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나를 가르친 문어 (My Octopus Teach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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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나는 아직도 수영이 서툴다. 어려서부터 물을 무서워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물을 좋아하는 남편은 은퇴하면 바닷가에 거처를 마련하고 매일 수영하며 살고싶어 한다. 십 년 전 캐리비안 여행에서 난생 처음 스노클링을 했다. 물이 맑고 잔잔한 곳이어서 형형색색의 물고기 떼와 고요히 일렁이는 해조류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내가 몰랐던 물 속 세계의 신비로움을 잠깐 엿보며 전율을 느꼈다. 하지만 물은 여전히 내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코로나 피로감이 극심하던 9월 넷플릭스에 새 다큐멘터리가 올라왔다.

“마이 옥토퍼스 티처”라니. 제목도 흥미로운 이 필름은 그러나 나에게 삶의 경이로움, 특별히 내가 막연히 무서워했던 물 속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애정과 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촬영과 음악이 더 할 수없이 훌륭하고 깊이있는 나레이션은  다큐 필름을 넘어 자아 성찰에 관한 여정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와 힐링을 주는 걸작으로 10년을 준비한 제작진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내게 된다.

문어는 인간에게 가장 에일리언처럼 느껴지는 종일 것이다.  8개의 다리(팔)로 바닥을 기고 빨판으로 바위에 붙고 위험에 처하면 먹물을 뿜으며 로켓처럼 도망간다.  기괴한 이 생물체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10년, 남아프리카  ‘웨스턴 케이프’ 해안에 사는 영화제작자 ‘크레이그 포스터’는  삶의 의욕을 잃고 정신이 고갈된 최악의 상태이다. 일도 가정도

거의 포기한 그는 근처의 대서양  바다 속으로 잠수해 들어간다.

46도까지 내려가는 차가운 물속에서 무심히 수영하던 그 앞에 독특하고 이상한 물체가 나타난다.  온갖 색깔의 껍질들을 뒤집어 쓴 그것은 처음에는 산호초 덩이로 보였지만 크레이그가 다가가자 위장 껍질들을 벗어던지고 잽싸게 사라지는 암놈 문어였다.  문어가 궁금해진 크레이그는 매일 문어 앞에 나타나 보겠다는 미친 계획을 세우고 그때부터 잠수복이나 산소통 없이 맨 몸으로 호흡을 참고 매일 아침 물 속으로 들어간다.

문어는 바위 속 자신의 거처에서 날마다 나타나는  이상한 생명체를 지켜보다가 호기심을 못 이기고 조금씩 그에게 접근한다. 그가 자신의 포식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하자 팔을 뻗어 그의 손을 탐색한다. 문어의 빨판은 2천개가 넘는데 각 빨판들은 인간이 가진 5감 기능과 브레인 역할도

담당하다.  문어는 크레이그의 손에서 팔로 올라가고 드디어 그의 가슴을 타고 허그를 하듯 접촉을 즐긴다. 크레이그가 문어와 교감하고 스킨쉽을 하는 모습은  조물주의 섭리를 깨닫게 하는 충격과 감동을 준다. 문어는 태어나서 일년 정도 살고 죽는다.  중간에 상어에게 한 팔을 먹히는 위기가 있는데 100일 쯤 지나 완전히 회복하는 과정도 신비롭다. 문어가 인간과 교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능도 발달한다. 마치 개와 고양이처럼 크레이그와 장난하고 유희하는 모습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크레이그는 일년 넘게 매일 문어를 방문하고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겼다. 문어는 교미후 알을 낳고 죽는다. 크레이그는 문어의 몸을 가져오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상어의 먹이가 되는 모습을 보며 슬픔을 느낀다. 자연의 순환에 인간이 개입할 수 없다.

다큐 역사상 길이 남을 명작이다. 꼭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