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김의 영화세상] 사랑이 저만치 가네 ( Closer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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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는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내 곁의 연인을 두고 다른 상대에게 또 첫 눈에 반한다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매력적인 배우들과 탄탄한 스토리, 신랄한 대사로 사랑과 관계에 관한 아프도록 솔직한 영화가 있다.

런던의 도심 한 복판, 신문사 부고 담당 기자인 ‘댄’은 수많은 인파 가운데서 한 젊은 여자를 발견한다. 붉은 머리의 ‘앨리스’와 눈이 마주치자 단번에 강한 끌림을 느끼고 눈을 떼지 못한다. 마치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존재하는 듯한 순간, 앨리스가 차에 치여 쓰러진다. 댄이 달려가고 이렇게 댄과 앨리스의 만남이 시작된다. 스트립 댄서인 앨리스는 끝난 사랑을 잊고 새출발 하기 위해 뉴욕에서 런던으로 건너 왔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일 년후, 댄은 앨리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발표한다. 책의 표지 사진을 찍기위해 사진 작가인 ‘안나’의 스튜디오에 들른 댄은 지적이고 아름다운 안나에게 첫 눈에 반한다. 안나는 댄이 싫지 않지만 스튜디오로 찾아 온 앨리스를 보고 댄을 거절한다. 앨리스는 안나를 만나는 순간 댄이 안나에게 끌릴 것을 예감한다. 댄은 인터넷 채팅방에서 안나라는 이름으로 익명의 남자와 성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댄의 채팅 상대는 피부과 의사인 ‘래리’. 래리는 성적 본능에 충실한 남자이다. 댄은 고의로 안나의 신상 정보를 래리에게 흘린다. 안나가 즐겨 찾는 수족관에서 실제의 안나를 본 래리는 온갖 낯뜨거운 이야기를 나눈 상대가 우아하고 멋진 미인인 것에 놀란다. 첫 눈에 안나에게 반한 래리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몇 달 후 안나가 사진 전시회를 열고 댄과 앨리스가 함께 참석한다. 앨리스는 안나가 찍은 자신의 사진을 감상하다가 래리를 만난다. 안나와 래리, 댄과 앨리스 커플의 조우가 이루어진다. 일 년후, 댄은 앨리스에게 안나와의 외도를 고백한다. 사진전이 있던 날부터 댄과 안나는 밀회를 가져왔다.

앨리스는 아파트를 나간다. 안나와 결혼한 래리는 돈을 주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것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데 안나는 댄과의 관계를 실토한다. 래리는 상처받고 안나는 래리를 떠난다. 안나와의 이혼 수속으로 피폐해진 래리는 클럽에 갔다가 춤추는 앨리스를 만난다. 두 사람은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얘기를 나눈다. 안나와 댄은 커플이 되지만 관계의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는 안나는 댄을 떠나 다시 래리에게  돌아간다. 댄은 앨리스가 일하는 클럽에서 그녀를 만나고 두 사람은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앨리스는 댄에게 뉴욕에 같이 가자고 하는데 댄이 앨리스에게 래리와의 관계를 따져 묻는다. 이기적이고 불안한 댄의 사랑에 지친 앨리스는 혼자서 떠난다.

댄과 앨리스는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예고없이 찾아 온 사고나 질병같은 사랑.  오직 그 사람만 눈에 들어 온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 또 한 눈에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란 것이 당최 종잡을 수 없는 것. 댄은 앨리스를 사랑하는 도중에 안나에게 빠진다. 댄에 대한 앨리스의 사랑은 한결같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단호하다. 사랑을 끝낼 줄 아는 용기가 있다. 댄과 래리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안나는 두 남자 사이에서 여전히 외롭고 불안정하다. 래리는 사랑이 단지 육체적인 쾌락만이 아닌 것을 깨닫는다. 예리하고 직설적인 대사들은 사랑에 대해 아는 척했던 우리의 허세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사랑은 실체를 알수 없는 변화무쌍한 생명체. 주인공들의 세련된 의상과 사진전이 열리는 갤러리, 분위기있는 실내와 런던의 고급 식당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 도입부 앨리스와 댄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 깔리는 “Can’t take my eyes off you” 는 댄의 독백처럼 처연하다.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클리브 오웬등 멋진 배우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코로나를 잠시 잊고 사랑에 관해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