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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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 이웃 교회 담임/ 미 육군 군목)

이스라엘 땅에서 요단강을 처음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참 작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한강처럼 우람하고 멋진 강줄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마치 시리아의 장군 나아만이 요단강을 바라보며, 자기 나라 다메섹의 푸른 강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우습게 여겼던 모습이 이해가 갔습니다. 지금도 이같은 요단강의 탁한 강물에 몸을 담그며 세례를 받기위해 찾아오는 세계의 수많은 방문객들을 그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요단강이 주는 의미는 그 크기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곳에서 세례를 받았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주님과 같이 그들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고자하는 신앙심을 새롭게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곳 요단강은 요단 동편에서 흘러 들어오는 세개의 강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얍복강입니다. 그 강은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에는 강바닥이 드러나는 와디(Wadi) 강입니다. 이 강이 유명한 이유는 야곱이 형과의 화친을 위해 가족과 종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가축들을 먼저 떠나 보내고, 그곳 나룻터에 남아 하나님께 밤새워 기도했던 이야기 때문입니다.(창세기32장) 아무런 의미없이 그저 손쉽게 건널 수 있었던 강이었지만, 야곱의 생애는 이 얍복강을 기준으로 하여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것은 평생 원수로 지내야 했던 그의 형, 에서와 화해를 회복한 삶을 살 게 된 것입니다. 또한 20여년간의 타국 땅에서의 방황을 끝내고, 이제 드디어 가나안 땅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바로 새로운 땅, 새 삶의 시작에 앞서 얍복강 나룻터에서의 소중한 체험은 야곱의 인생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어떤 일이 이곳에 있었던 것일까요?

먼저는 형과의 불화로 인해 불안하고 두려웠던 그의 귀향 길에서 하나님의 천사들을 만났던 일 때문였습니다. 그것은 마치 20여년전 고향 땅을 등지고 하란으로 도망하던 때, 돌베게에 누워 잠을 청하던 그의 외로운 광야길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그와 동행하고 있는 하나님을 깨닫게한 일이 되었던 것입니다. 바로 그의 귀향길에도 그의 여정을 앞뒤로 호위하는 두 구룹의 천사들의 군대, 마하나임을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야곱은 얍복강 가에서 온 밤을 지세우며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과 씨름하는 경험을 갖게 됩니다. 그의 이름이 말해주듯 야곱 즉, “발꿈치를 붙잡은 자”로서 그는 평생 자신의 꾀와 속임수를 의지해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하나님이 그와 더불어 긴 세월 동안 씨름하듯 싸워온 그의 연약한 부분이었습니다. 드리어 온 밤을 지새우며 부르짖던 그의 기도의 자리에서 옛 사람 야곱이 죽고, 이제 친히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삶”(God Rules)이라는 뜻의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가 기도의 자리에서 일어나 동이트는 새벽을 맞을 때, 그 나룻터의 아침은 새롭고도 찬란하였던 것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하나님의 광채와 같이 빛나는 얼굴, 곧 브니엘을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얍복강 가에서 밤을 지새우며 보낸 기도의 시간은 야곱이라는 한 인간의 존재를 송두리 체 변화시켜 놓은 거룩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마치 강을 건너는 일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강이 와디(Wadi)로 변한 물없는 강처럼 아주 손쉽게 건널 수 있듯이, 새 해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도 마치 달랑 한 장 남겨진 달력을 무심코 찢어내 듯 그저 의미없이 맞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해가 “새” 해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내 안의 변화, 곧 내 존재의 변화를 겪는 신앙의 거룩한 체험이 동반되어 질 때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그같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한 해는 그동안 가지고 살아왔던 오랜 두려움에서 벗어나, 그의 삶속에 함께하는 주님과의 동행하며 새해를 강하고 담대하게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야곱과 같이 오직 자신의 능력과 꾀를 의지하며 살아왔던 삶이 변하여, 하나님이 친히 그 삶을 다스리도록 주께 모든 것을 온전히 맡기며 자신을 내려놓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떤 상황 어떤 형편을 만나든지,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하 듯, 주님과의 거룩한 만남으로 매일마다 소중한 아침을 맞이하는 그리하여 거룩한 삶의 질서가 자리 잡은 새 해가 될 것입니다. 이같이 복(福)의 근원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한 새 해가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