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의 영역

1338

이상기 목사(선한이웃 교회 담임/미육군 군목)

 

저는 고구마를 좋아합니다. 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밭고랑에 나아가 고구마를 심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감자는 심을 때 감자를 잘라 흙에 파묻어 놓지만, 고구마는 그냥 고구마순을 잘라 옆으로 비스듬히 땅속에 묻어놓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간이 지나면 그곳 땅속에서 뿌리를 따라 주렁주렁 고구마가 맺혀진다는 것입니다.  어린맘에 학교에 다녀오면 고구마밭에 가서 제가 심어놓은 고구마순에 고구마가 얼마나 매달렸는가 보려고 자꾸 고구마 순을 뽑아보던 생각이 납니다. 이렇듯 심어논 고구마를 추수할 때면, 맘껏 뿌리를 내리고 뿌리를 따라 멋지게 자란 고무마를 양동이에 가득 싣고 어머니를 돕기위해 밭고랑을 따라 그것을 힘껏 밀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참! 생명의 성장이란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함이며 그러기에 우리는 창조주의 오묘한 손길에 무한 경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비유의 말씀중에 마치 천국은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리고 추수를 기다림과 같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밭에 뿌려진 씨는 곧 싹을 티우고, 줄기가 자라고, 열매를 맺게 되며 풍성한 추수의 계절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같은 생명의 성장과정이 도대체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 지 씨를 뿌린 농부조차 그 비밀을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그가 밭에 씨를 뿌린후 매일 자고 일어난 것밖엔 한 것이 없는 데, 어느날 농부의 밭엔 뭍혔던 씨가 자라나서 푸른 새싹이 돋더니, 시간이 되어 황금물결을 이룬 기적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 모두지 알 수 없지만(He doesn’t know how!), 성경은 말씀하길 땅이 “스스로” 씨를 자라게 하고, 열매를 맺게하였다 기록하고 하고 있습니다. (마가 4:26-29) 사실 알고보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인간의 힘으론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들이 태반입니다. 평생 공부를하고 의술을 익힌 의사들도 환자를 칼로 자르고 바늘로 꼬매긴 하지만,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오직 자생력을 가진 몸이 “스스로”치료되도록 기다릴 뿐이라고 합니다.얼마전 과로로 쓰러진 한 동료가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심장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그후 그는 어깨부위에 심장활동을 돕는 패이스메이커를 심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사실 인류가 가진 가장 진보한 오늘의 의술도결국은 “스스로”뛰는 심장의 활동을 조금 돕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조물주가 이뤄논 생명의 신비는 여전히 하나님의 영역에 있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생을 살며 내가 모든 것을 다스리고 지배할 수 있는 것인 냥, 곧 오직 사람의 영역밖에는 보지 못하는 안목으로 사는 것은 성경적 인생관이 아닙니다. 이같은 인생관을 가질 땐, 부질없는 세상의 염려에 싸여 좌절하게 되거나, 그와는 반대로하나님없는 지독한 독선과 교만의 삶에 빠지기 쉽습니다. 작은 개척교회를 목회하는 저에게 어느날 늦둥이 막내가 이렇게 묻습니다: “아빠, 난 아빠가 아주 좋은 사람이고, 설교 말씀도 잘하는 데, 왜 그걸 사람들이 몰라주지? 많은 사람들이 오면 더 좋을 텐데,..” 아마도 적은 수의 성도들만 모인 교회모습을 안탑까게 여겨 물어본 질문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막내 아들의 질문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건 앞으로 그가 자라가며 ‘꿈꿔야할 교회란 어떤 곳이어야 할까’하는 심각한 질문이기도하고 ‘인생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때문 였습니다.그리고 제가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우리의 삶이란 늘 최선을 다할 뿐이고, 그 다음은 하나님께 맡기는 거야.  마치 농부가 곡식을 심듯!”밭에 뿌려진 씨가 자라서 곡식이 성장하고 열매를 맺게 되듯, 우리도 꿈꾸지 못한 크고 놀라운 일을 이루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지! 지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깊은 땅속에서조차 끊임없이 생명은 성장하듯, 인생엔 우리가 이해못할 하나님의 영역이 있음을 아는 믿음과 겸손을 지닌 사람이 멋진거야! 돌연 아들과의 대화가 천국백성의 비유가 되었습니다.(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