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난 몰라’증시 고공행진…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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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가 연일 폭등세를 이어가면서 혹시 1990년대 후반의 닷컴버블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 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거품론 속 나스닥 1만 시대 개막
빅4 ‘MAGA’ 거침없는 질주
구글 장중 ‘시총 1조 달러’
파산위기 기업도 이상 급등
“투자 아닌 투기장세”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난에도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 하면서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영난에 처한 항공사나 파산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정보기술(IT) 대표 기업을 일컫는 용어인 ‘팡’(FANG)과 비슷한 표기의 ‘Fangdd’라는 기업의 주식예탁증서(DR) 값이 이유 없이 세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이는 등 이상 징후가 속출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코로나19 이후 뉴욕증시에 젊은층 유입이 많았는데, 일확천금을 노린 초보 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가 주가의 이상 급등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편집자주>

■거품 경고 무색, 빅4 기술주 질주 나스닥 1만 시대 개막
최근 주요 전망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에서 미국 경제도 다른 주요국처럼 올해 역성장이 예상돼왔다. 그러나 증시만 보면 코로나19는 거의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이번에도 주역은 정보·기술(IT) ‘공룡’들이었다. 10일 뉴욕증시의 ‘빅4’ 기술주들은 일제히 치솟았고, 나스닥지수는 사흘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만 고지’를 여유있게 넘어섰다. 1971년 출범 이후 49년만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상당 기간 ‘제로금리’를 시사하면서 막판 뒷심을 제공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66.59포인트(0.67%) 상승한 10,020.35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면서, 종가 기준으로 처음 1만선에 안착했다. 지난해 12월 말 9,000선을 돌파한 이후로는 반년 만에 1,000포인트 단위의 새로운 마디지수를 찍은 것이다. ‘1만 시대’를 연 주인공은 이른바 ‘마가’(MAGA) 종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애플의 알파벳 앞글자를 딴 것이다. 시가총액 1~4위 그룹이다. 이날 애플은 2.6% 급등했다. 시총 1조5,290억 달러, 4% 가까이 치솟은 ‘원조 기술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시총 1조4,930억 달러로 애플을 바짝 추격했다. 아마존도 1.8% 오르면서 시총 1조3,200억 달러로 몸집을 불렸다. 애플·MS·아마존 모두 이틀 연속 최고치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0.7% 올랐다. 장중 시총 1조 달러를 웃돌았다 9,992억 달러로 마감했다. 그밖에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9.0% 폭등하면서 처음으로 1,000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빠른 증시 회복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비대면(언택트) 바람을 타고 양호한 실적을 올린 IT 기업들의 활약이 컸다.

■이상 신호 속출…“증시 반등에 투기적인 성격”
IT 기업의 활약만으로는 최근 증시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예컨대 파산 기업의 주가가 이상 급등하고 있다. 헤르츠는 최근 3거래일간 주가가 577%나 올랐고, 휘팅페트롤리엄은 8일 하루 152% 상승했다. 캘리포니아 리소시즈 등 파산 신청 예정 업체들의 주가 흐름도 비슷했다. 이에 대해 “FANG 주식에 신호가 온 날 조건반사식 투자 열기가 이 기업에 함께 몰렸든가 단순히 이름에 의한 착오”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비이성적인’ 주가 상승 배경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가 급락한 틈을 타 일확천금을 노리고 새로 증시에 뛰어든 개인들의 도박꾼 식 투자가 지목되고 있다. 일례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를 통해 지난주 파산기업 헤르츠를 산 투자자가 9만6,000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자의 평균 나이가 31살인 로빈후드 앱은 올해 1분기에만 신규 계정이 300만개나 늘었다. 많은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도박꾼 행태가 이번 증시 반등에 얼마나 투기적인 성격이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확산되는 거품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 거품론도 확산하고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 회사인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피터 북바는 “시장 일부에 거품이 뚜렷해 보인다”면서 “라스베가스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주식 시장이 대신 역할을 해주는데 라스베가스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에 거품이 낀 배경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제로 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꼽았다. 금융 중개회사인 존스 트레이딩의 시장 전략가인 마이클 어러크는 “연준이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을 파괴했다는 것을 어느 시점에 깨닫게 될까”라고 비꼬았다. 특히 MAI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주식 전략가인 크리스토퍼 그리산티는 파산 기업의 주식을 사는 행태에 대해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것처럼 너무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나스닥 독주’ 거품 우려 커지나
나스닥의 ‘나홀로’ 질주가 이어지면서 IT 거품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다우·S&P500지수와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의 침체 상황과도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거나 파산절차에 들어간 종목이 폭등하면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당시와 엇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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