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곳에서 만난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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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올해 팬데믹의 광풍이 잦아져서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는 도미니카, 섬김의 대상은 아이티 인들이었습니다. 이번 선교를 통해 얻은 영적 교훈 몇 가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첫번째 교훈은 하나님께서 성도들의 순종을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신다는 겁니다. 2017년 5월 도미니카의 선교사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땅은 있는데 재정이 약해서 예배당을 지을 수 없는 교회가 있는데, 기도하는 중 우리 교회가 생각났다는 겁니다. 그때 우리 교회 식구 모두가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물었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교회의 자체 건물이 없고, 재정 규모도 적은 우리 교회로서는 큰 결단, 큰 순종이었습니다. 순종의 결과, 주님의 말씀 침례 교회가 2017년 11월부터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5년만에 처음으로 그 교회를 방문해서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담임 목사님을 통해 들은 교회 성장 스토리는 놀라웠습니다. 교회 건물을 짓기 전에는 교인이 약 3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성인 약 120명, 어린이 약 70명이 모여 예배 드리는 교회로 성장한 겁니다. 게다가 치보와 십자가 그리고 아티조라는 지역에 각각 개척 교회를 세웠는데, 약 150명의 성도들이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현재 또 하나의 개척 교회를 세우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주일 오전, 주님의 말씀 침례 교회에서 개척 교회의 성도들까지 모여 다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본당을 꽉 채운 성도들은 뜨거운 찬양과 춤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렸습니다. 예배를 드리는 동안, 임재 하셔서 그들과 함께 춤 추고 계신 주님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예배는 4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감동은 점점 더 크고 뜨거워졌습니다. 우리의 순종을 도구 삼아 큰 일을 이루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두번째 교훈은 하나님을 전심으로 믿고 의지할 때 참행복을 누리게 된다는 겁니다. 선교 셋째날에는 밧데이를 방문했습니다. 밧데이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아이티 인들의 집단 거주지입니다. 10년만에 방문했지만, 밧데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빈곤의 냄새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선교사님이 우리를 인도한 집은 마리아라는 할머니가 사는 집이었습니다. 올해 94세인 할머니는 우리를 기쁘게 맞아주었습니다. 나이가 말해주듯이, 오랜 세월 심한 노동과 극도의 가난에 시달렸을 텐데, 몸은 곧았고, 얼굴은 아주 밝았습니다. 예수님이 우리 집을 방문하신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데, 치아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선교사님이 Amazing Grace찬송을 불러 달라고 부탁하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94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는 에너지가 넘쳤고, 찬송을 드리는 마리아 할머니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감사로 넘치는 찬송은 그 비좁고 허름한 집을 금세 하나님의 임재로 가득한 천국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이 땅에서 가장 열악한 장소라고 할 수 있는 밧데이에서 천국을 누리는 마리아의 삶은 진리 하나를 뚜렷하게 증거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만이 행복의 참 원천이시라는 진리를.

세번째 교훈은 하나님은 당신의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성도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신다는 겁니다. 이번에 우리 선교팀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큰 선물을 안고 왔습니다. 도미니카에는 약 60개의 아이티 침례 교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 모두가 우리 두란노 침례 교회를 위해 중보 기도하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교단 총회장으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이티 교회의 성도들은 거의 매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그렇게 뜨거운 영성을 지닌 60개의 교회와 성도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를 시작한 겁니다. 팬데믹이 끝나지 않았지만,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증인으로 나선 우리 교회에, 하나님께서 그야말로 엄청난 선물을 주신 겁니다.

선교는 땀을 통해 임하신 하나님을 생생하게 만나는 감동의 현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