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견제블록 부활한 ‘쿼드’ (QU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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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2차 쿼드 외교장관 회담 당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외무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로이터]

2004년 출범 후 중국 반발로 2008년 사문화
트럼프 인도태평양전략 맞물려 2017년 부활
12일 첫 화상 정상회담 확정···위상 강화되나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협의체인 ‘쿼드’(Quad)가 대중 견제 블록으로서 위상 정립을 강화하며 역할 확대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실무급에서 시작한 쿼드 회의가 외교장관으로 격상되더니, 오는 12일 4개국 정상의 첫 회담 개최가 열리는 등 각국 정상까지 참여하는 최고위 회의체로 확대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12일 오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쿼드 카운터파트들과 화상으로 만날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쿼드 참여국은 공히 인도태평양에 위치한 국가로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나머지 3국의 중국 부상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가진 협의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등의 자료에 따르면 쿼드는 2004년 인도양에서 쓰나미가 발생하자 이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협력하기 위해 처음 탄생했다.

이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07년 8월 ‘자유와 번영의 바다’를 주창하며 ‘쿼드 안보대화’라는 이름이 붙었고, 실제 그해 9월 4개국에 싱가포르까지 참여하는 해상합동 훈련이 개최됐다. 이는 미국과 인도가 1992년부터 인도양에서 실시해온 ‘말라바르 훈련’에 일본, 호주가 참여함으로써 4국의 안보대화 기구로서 쿼드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그러나 당시 쿼드는 중국의 반발과 각국의 이해관계 등 이유로 오래가지 못했다. 호주는 2008년 2월 케빈 러드 총리가 취임한 뒤 중국과 관계 등을 고려해 쿼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에서는 2007년 말 중국에 더 우호적인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취임하고, 2008년 1월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중국과 인도 관계를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힌 영향도 받았다. 이때 이뤄진 협의체를 ‘쿼드 1.0’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현재 진행중인 쿼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이던 2017년 아세안(ASEAN) 정상회의 기간 4개국 정상이 안보협의체 부활에 동의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2.0’이라고도 불리는 현재의 쿼드는 1.0 시절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2007년에 비해 쿼드 참여국의 대중국 견제심리가 훨씬 더 강해졌다. 미국은 중국을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부를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 억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대외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에 대대적으로 반기를 들면서도 쿼드만큼은 인도태평양 정책의 토대라고 평가할 정도로 계승·발전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첫 쿼드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저지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쿼드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달 18일 이미 개최됐다.

쿼드가 2007~2008년 중국의 반발 등으로 인해 소멸했던 1.0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각국의 위기감이 커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경제, 군사, 기술, 외교 등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는 흐름과 맞물려 쿼드가 좀 더 진화한 형태의 ‘대중국 견제 블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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