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지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 같은 규제가 미국의 경제 성장과 국가안보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아서 허먼 선임연구원은 27일 기고문에서 미국이 중국과 AI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는 것은 핵심 기반시설 확충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먼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최소 78개 지방정부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거나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뉴욕주는 신규 건설 유예 조치를 도입했으며, 플로리다와 오클라호마, 조지아 등 14개 주에서도 비슷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 AI 연산 능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비중은 75%, 중국은 15%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생성형 AI와 기술혁신 분야에서 앞서 있지만,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과 기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고문은 데이터센터가 전력요금과 물 사용량을 크게 늘리고 환경을 훼손한다는 반대 측 주장에도 반박했다.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의 고정비용을 더 많은 사용량에 분산해 오히려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으며, 일부 시설은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국 골프장이 연간 5,000억갤런 이상의 물을 사용하는 데 비해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은 약 2,300억갤런이라는 수치도 제시했다. 다만 데이터센터의 실제 물 소비량과 전기요금 영향은 냉각 방식과 지역 전력시장, 발전설비 투자비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허먼 연구원은 데이터센터가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에서는 건설업 고용이 11%, 정보기술·통신·소프트웨어 분야 고용이 22% 증가하고 임금도 3~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지아주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금지 조치가 시행될 경우 최대 55만2,000개의 일자리와 8억5,000만달러의 세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AI와 관련 데이터센터 확충이 미국 국내총생산을 매년 1.5~3.7%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소개했다.
국가안보 측면에서는 AI가 무인기와 전장정보 분석, 사이버공격 탐지, 군수물자 수송, 방위산업 생산성 향상 등에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AI 시스템에 필요한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설명이다.
데이터센터 반대 단체들은 대규모 시설이 지역 전력과 식수 자원을 소모하고, 주민들의 전기요금과 환경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유타주 등에서는 대형 AI 데이터센터 개발을 둘러싸고 물 사용과 에너지 수요, 환경 영향을 우려하는 주민 반발도 이어졌다.
허먼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이 장기화하면 미국의 AI 산업뿐 아니라 중국과의 기술·군사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제적 이익과 지역 환경 부담을 함께 고려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승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