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는 2개의 조례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과도한 규제가 신규 임대주택 건설을 위축시켜 오히려 임대료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브랜든 존슨 시장이 추진하는 ‘세입자 보호 조례’(Protecting Renters Ordinance·PRO)와 일부 시의원들이 제안한 ‘공정하고 책임 있는 일리노이 임대 조례’(Fair and Accountable Illinois Rental·FAIR)를 비교하며, 두 조례 모두 주택 공급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존슨 시장의 조례가 FAIR 조례보다 집주인과 개발업체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카고의 핵심 주거 문제가 세입자 보호 장치 부족보다 임대·매매 주택의 절대적인 공급 부족에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을 구하려는 사람에 비해 이용 가능한 아파트와 주택이 적어 집주인과 매도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형성됐고, 이로 인해 도시 전역의 임대료와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규 아파트 건설뿐 아니라 단독주택 내 별채형 주거시설 설치, 낡은 건물 개보수, 사무실과 상가의 주거시설 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가 2곳이 아니라 10곳이라면 집주인 간 경쟁이 늘어나 임대료가 내려갈 수 있다는 논리다.
신규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각종 건축·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개발업체와 금융기관이 투자에 따른 적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주인이 건축비와 유지비를 충당할 수 있는 임대료를 책정하고, 고의로 임대료를 내지 않거나 주택을 훼손하는 세입자를 퇴거시키며, 필요할 경우 건물을 자유롭게 매각할 수 있어야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세입자에게도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된 주택과 계약서에 명시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대차 계약 기간을 보장하고, 보증금 유용과 임대 과정의 차별·사기를 막는 집행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대료 인상이나 건물 매각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전 통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임대료 인상은 최소 90일 전, 건물 매각은 최대 180일 전에 통보해 세입자가 이사나 계약 갱신 등을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카고가 뉴욕과 달리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계약금을 모아 콘도나 단독주택을 구입하거나, 2가구 주택의 일부를 임대해 모기지를 충당하는 주거 사다리를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 부족과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이 같은 전통적인 주택 소유 경로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형 임대업체와 소규모 집주인 모두 신규 주택 공급에 필요하다며, 세입자 보호 정책도 규제 강화에만 집중하기보다 주택 건설과 공급 확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 성장을 막지 않으면서 임대료를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신규 임대주택 건설을 위축시키는 정책은 시카고의 주거난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승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