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장지 사재기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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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 떨어졌다” 911 전화···무료 배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미국이 화장지 사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3일 연방정부가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뒤 광풍에 가까운 화장지 사재기 현장이 본격화됐고, 나라 전체가 화장지 소식으로 들썩이는 지경이다. 화장지가 코로나19에 오염됐다는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휩쓸었고, 피자가게가 보관 중이던 화장지를 판매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등장했다.

17일 CBS방송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대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가 자체 브랜드인 커클랜드 화장지를 리콜했다는 소문이 온라인에 퍼졌다. 코스트코 화장지가 코로나19에 오염됐고, 중국에서 제조된 화장지도 오염된 화장지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코스트코는 팩트 체크 웹사이트인 스노프에 커클랜드 화장지는 리콜 목록에 없다고 해명했다.

화장지가 떨어졌다고 911(응급 전화)에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오리건주의 뉴포트 경찰 당국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화장지가 부족한 사람들은 911로 전화를 하지 말아줄 것을 호소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뉴포트 경찰은 “이런 내용을 공지해야 하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며 “화장지 부족보다 더 긴급한 상황이 있다. 911에 전화한다고 해서 우리가 화장지를 가져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그러면서 과거 인류가 화장지 용도로 사용했던 감귤 껍질, 바닷물에 담근 낡은 로프, 바다 수세미를 비롯해 신문과 영수증 용지, 헝겊 등을 화장지의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우리의 도움 없이도 여러분은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지가 희귀 품목으로 떠오르자 피자가게가 보관 중이던 화장지를 판매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위스칸신주의 한 피자가게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가구당 4개로 제한해 화장지를 판매하겠다며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배달까지 해줄 수 있다고 광고했다.

반면 애틀랜타의 마케팅업체인 트레블리노는 차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에게 화장지를 무료로 나눠주는 ‘화장지 드라이브 스루'<사진>를 시작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CNN에 “코로나19로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회사에 화장지 1천여개가 남아돌아 이러한 일을 하게 됐다”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전역에서 이처럼 화장지 사재기와 얽힌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지자 언론들은 앞다퉈 화장지 구매 광풍의 심리를 분석해 보도했다. CNN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위험성과 대비책과 관련해 상충하는 메시지를 접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며 손 씻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심리가 화장지 사재기로 표출된다고 전했다. 또한, 사재기는 두려움의 전염 효과를 통해 다시 사재기를 낳게 되며, 일부 사람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화장지를 비축할 경우 불안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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