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들은 왜 이혼을 결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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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한국 사회에서는 최근 30여 년을 같이 산 부부들 사이에서 황혼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한해 31만 명이 결혼하고 11만 명이 이혼하는 가운데, 결혼 20년 이상을 유지한 부부의 이혼(황혼 이혼) 건수가 3만 3천 건에 달해 이혼자의 30%가 황혼 이혼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부가 법적으로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고, 경제적인 공동체를 이루었지만, 정서적이고 친밀감의 결혼이 완성되지 않아서 결혼 만족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황혼 이혼의 대안으로 졸혼(卒婚)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졸혼이라는 용어는 일본의 작가 스기야마 유미꼬가 지난 2004년 펴낸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졸혼이란 부부가 서로 법적으로는 이혼하지 않고 서로가 어떤 사생활을 해도 간섭하지 않고, 경제적인 공동체는 합의적으로 유지하고 각자의 생활을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생활방식이다. 최근 우리나라 한 결혼정보회사가 2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졸혼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여자 63%, 남자 54%가 노후에 결혼이 만족하지 않으면 졸혼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녀는 결혼을 오래 동안 유지하고 자녀도 낳고, 돈이 같이 벌면서 고생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왜 서로 잘 어울려서 살지 못하고 결국은 많은 부부가 갈라지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부부들이 살아온 고생과 힘든 삶을 보면 서로가 불쌍한 사람들일 수 있는데 왜 이혼으로 갈라서는 것일까? 우리는 가정이라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집단적인 삶을 강조하지만 왜 남녀 두 사람 사이에서도 조화롭고 협조적인 삶을 살지 못할까?
부부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워싱턴 대학 심리학과 Gottman 박사는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서 부부 약 3,000쌍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들의 종단 추적 연구를 통해서 이혼에 이르는 사람들의 행동과 상호 작용하는 구체적인 특징을 연구 결과로 밝혀냈다. Gottman 박사는 이혼에 대한 이론적인 접근, 즉 이혼하는 부부들의 성격적 요인, 또는 정신 분석 요인들을 탐색하기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부부들의 행동적인 요인을 탐색했다. 가트만 박사에 의하면 부부들이 이혼하는 구체적 7가지 요인을 밝혀냈다. 앞으로 이혼 시리즈를 통해서 이혼하는 부부들의 7가지 특징을 알아보기로 한다.
필자가 현장에서 40년 동안 부부 상담 사례 중 이혼의 가장 큰 이유는 부부 사이에 친밀감과 애착 관계 형성이 안 되어서 법적인 이혼을 하기 전에 정서적 감정적 이혼이 먼저 이루어져서 오랫동안 부부 생활을 하다가 법적인 정리를 하는 것이 이혼의 현상이었다. 필자가 경험한 이혼하는 부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이혼 부부들의 특징은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죽어 있는 상태이었다. 다른 말로 말하면 애정이 식고, 부부가 한 공간 안에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고, 스트레스가 되고 혐오감과 분노를 느껴서 이제는 상대방에게서 정서적으로 해방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마디로 상대방 배우자에 대해서 “꼴도 보고 싶지 않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러나 한국 가정에서 아내의 입장은 자녀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보다는 우선이기에 자녀가 결혼하기 전까지 참고 있다가 자녀가 결혼해서 집을 떠나고, 남편의 연금이나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 등 경제적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마음이 되면 이혼을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 필자가 40년 동안 부부 상담한 경험에 의하면 부부 상담을 가장 하기 어려운 경우는 한쪽의 배우자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과 미련이 있어서 부부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하는데 다른 편 배우자는 정서적으로 죽어 있는 상태의 부부들이었다. 이 경우 부부 관계의 회복을 원하기에 아내가 원하는 것도 다 들어주고, 아내 위주로 생활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제안을 한다. 그러나 아내는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편이 다 들어준다고 하기에 이제 드디어 행복한 삶을 살 것 같은 기대를 할 수 있는데, 아내의 반응은 의외 싸늘하면서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 나는 당신이 변하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어
– 나에게 잘하려고 했으면 더 일찍 했어야 지! 이제 너무 늦었어!
– 내 마음은 이미 당신을 떠났어.
– 내 마음은 당신에 대한 정이 식었는데 어떻게 당신하고 같이 살아?
– 너 이상 나에게 매달리지 말고, 깨끗하게 헤어져!
– 나는 당신을 상상만 해도 상처와 두려움, 분노뿐이야! 당신이 내 마음을 알아?
한 마디로 이혼을 원하는 배우자는 상대방에 대한 오랫동안 쌓인 불신과 마음의 상처로 이 심리적인 감옥과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부부 상담이 잘 진행되는 경우는 오히려 부부들이 서로 싸우고 언성을 높이고 있는 경우이었다. 이러한 상태는 부부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사랑의 반대가 증오라고 생각하는 데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과 상대방에 대한 이제는 심리적인 에너지 방출이 안 되고 죽어 있는 상태이다.
혹시 부부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면 “우리 부부는 아직도 정서적으로 살아있구나!” 하면서 더 늦기 전에 개인적인 노력을 하던지, 부부 상담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부부들이 싸우고 갈등을 겪고 있다면 앞으로 제공되는 이혼의 7가지 원인이라는 시리즈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한가지라도 부부 사이에 실천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