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명령 집행 확대·법원 지원인력 배치 등 권고
시카고시와 쿡카운티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법원 절차를 보다 안전하고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법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시카고-쿡카운티 여성폭력 대응 태스크포스(Violence Against Women Task Force)는 최근 법원 시스템의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개선 방안을 시카고 시의회 공공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
태스크포스는 피해자들이 법원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제도적 장벽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비영리단체 시카고 77(Chicago 77)의 케이티 던 사무국장은 “누군가가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은 오랜 학대를 견디다 마침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공직자들은 그 순간에 즉시 도움을 제공해야 하며, 피해자들을 여러 법원을 오가게 하거나 제대로 된 안내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태스크포스는 지난해 시카고의 전체 강력범죄는 감소한 반면, 가정폭력 사건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가정폭력과 관련된 치명적인 총격 사건은 전년보다 56% 증가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사라 브라운(Sarah Brown)은 지난 9년 동안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무려 8차례나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판사가 바뀔 때마다 같은 피해 사실을 반복해서 진술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브라운은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당시 여자친구를 폭행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며 “사법 시스템이 나뿐 아니라 내 아들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큰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태스크포스는 보호명령과 관련한 정보 관리와 기관 간 정보 공유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나 밀러 쿡카운티 커미셔너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 가운데 하나는 피해자들이 보호명령이 집행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집행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태스크포스는 보호명령과 체포영장의 실제 집행률을 높이는 것을 핵심 권고사항으로 제시했다.
태스크포스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책을 제안했다.
모든 법원에 전문 교육을 받은 직원과 피해자 지원 상담사를 배치해 보호명령 신청을 지원한다.
피해자와 아동이 관련된 사건을 심리하는 모든 법정에서 재판 녹음을 의무화하고 무료 녹취록을 제공한다.
법원과 관계기관 간 데이터 공유를 확대한다.
쿡카운티 법원 기록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높인다.
시카고시와 쿡카운티 간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범죄 및 사법 통계 대시보드 시스템을 개선한다 등이다.
밀러 커미셔너는 법원마다 피해자 지원 절차가 달라 동일한 사건이라도 피해자들이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며, 보호명령 신청 절차를 모든 법원에서 일관되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운은 자신이 보호명령을 신청할 당시 30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작성한 뒤 상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거나 심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그곳에서 가해자나 가해자의 가족과 마주칠 수도 있어 피해자들에게는 매우 두렵고 외로운 경험이 된다”고 말했다.
시카고시와 쿡카운티는 이번 권고안을 토대로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사법 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점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