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공립학교(CPS) 산하 링컨파크고등학교(Lincoln Park High School)가 등록 학생 감소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랍어 교육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사회와 학부모, 학생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 측은 앞으로 신입생들에게 아랍어 과정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시카고 공립학교가 약 7억3,250만 달러의 재정 적자에 직면하면서 교사와 행정 인력 감축 등 대대적인 예산 절감에 나선 가운데 내려졌다.
에릭 스타인밀러 교장은 지난 5월 21일 열린 지역학교위원회(Local School Council) 회의에서 학교의 재정 상황과 낮은 수강률을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 결정을 설명했다.
스타인밀러 교장에 따르면 올해 아랍어 과정 등록 학생은 총 20명에 불과했으며, 국제 바칼로레아(IB) 언어 과정 가운데 학생 수와 시험 성적 모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과 학부모, 학생들은 학교 측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로그램 폐지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현재까지 1,500명 이상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서에는 “신입생들의 아랍어 교육 기회를 없애는 것은 교육 선택권을 제한하고 링컨파크고의 언어 교육 다양성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언어 교육은 학업 성취뿐 아니라 공감 능력과 포용성, 문화 간 이해를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적혀 있다.
청원 참여자들은 아랍어 프로그램이 학교의 교육 형평성과 다문화 교육, 학생들의 장기적인 성공에 대한 학교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시카고 지부도 학교 측 결정을 비판했다.
CAIR 시카고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조던 에스파르자-켈리는 “누구도 학교에서 삼각함수 과목을 없애자고 주장하지 않는다”며 “언어 교육은 모든 학생이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으로, 스페인어 교육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어 프로그램은 다른 과목들보다 실제 활용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폐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이 아랍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수강생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교는 프로그램 유지를 위해 외부 재원을 확보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링컨파크고는 2022년 카타르재단인터내셔널(Qatar Foundation International)로부터 3년에 걸쳐 총 1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장기적인 운영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역학교위원회 공동의장인 에이미 젬닉은 “프로그램의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재정 여건이 허락한다면 유지하고 싶지만, 현재는 예산과 학생 수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CPS 도 성명을 통해 재정난과 학생 수 감소가 결정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CPS 대변인은 “시카고 공립학교는 학생들의 대학 진학과 진로 준비를 위해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링컨파크고는 시카고와 세계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랍어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감소해 더 이상 운영 비용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CPS는 현재 학군 내 9개 학교에서 여전히 아랍어를 외국어 과목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링컨파크고 아랍어 과정을 수강 중인 16명의 학생들은 내년에 마지막 학년 과정을 모두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재정난 속에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의 효율성을 추구하려는 학교 측 입장과 다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충돌하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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