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모든 수단 동원해 경제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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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29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지만 2분기를 지나 하반기에 경제회복 여부는 미지수이다.[AP]

파월 의장 “당분간 제로수준 금리 유지”
2분기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률 불가피
3분기엔 ‘급반등’-‘장기침체’ 전망 엇갈려

더 이상 내놓을 통화정책은 없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예상대로 당분간 제로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에서 “공공보건 위기가 경제활동과 고용, 단기물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중기적인 경제 전망에도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며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모든 수단으로 경제를 뒷받침하겠다고 했지만 2분기의 미국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금리동결배경
연준이 “경제가 최근의 상황을 극복하고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궤도에 올라섰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준금리 범위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셧다운이 해소되고 실물경제가 정상화할 때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연준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지난달 15일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전격 인하한 바 있다.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전례 없이 파격적인 ‘양적완화’(QE) 정책들을 속도전으로 쏟아낸 만큼, 추가적인 조치보다는 연준의 의지를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 모든 수단으로 경제 뒷받침
연준은 FOMC 성명 첫 문장에서 “이런 도전적인 시기에 미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예상보다는 한 단계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평가이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로부터 장기적인 경제 피해를 방지하고 강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의회가 더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의회가 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해 4차례에 걸쳐 2조8,000억달러 규모의 예산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의회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시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방송 CNBC가 내놓은 설문조사를 보면 전문가들은 앞으로 연준이 약 3조3,500억달러, 의회와 정부가 2조달러의 추가 지원책을 내놓는다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업주식 매입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2분기 경제 전례없는 속도 하락 예상
올해 1분기 미 경제가 뒷걸음질하면서 지난 10년간의 경기 확장세에 공식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은 “미국의 경제활동이 2분기에는 전례 없는 속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충격으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악을 기록한 가운데 2분기 성장률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2분기 GDP와 관련, 두 자릿수의 감소를 예상했는데 사실상 ‘마이너스 10%’ 이상의 역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상무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8%(연율)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1.1%를 기록했던 지난 2014년 1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자 -8.4%를 기록했던 2008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다. 1분기가 ‘코로나19 경기침체’의 출발점이라면 2분기는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50% 성장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얼마나 빨리 경기회복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1~2분기 경기침체를 기정사실로 하고 3분기 경기회복에 미국 경제의 향배가 달렸다는 뜻이다.

■3분기에 급반등 혹은 L자형 장기침체
시장의 시선은 일찌감치 2분기를 건너뛰고 하반기로 향하고 있다. 경제적 충격파가 유례없이 강하다 보니, 역성장의 강도를 가늠하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경기회복 시점을 예측하는 쪽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시각이 가장 엇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 경제가 2분기에 20~30%대 역성장을 기록하더라도 3분기에 급반등 국면에 들어선다면,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빠른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충격이 전례 없이 강력하기는 하지만 ‘일시 쇼크’에 그칠 것이라는 쪽이다. 생산과 소비가 ‘코로나19 셧다운’으로 잠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3분기부터 되살아나리라는 것이다. 반면 올해 연말까지도 가시적인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종의 뉴노멀로 자리 잡는다면, 경기회복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L자형 침체론’을 뒷받침하는 논리다. 코로나19 백신 또는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충분한 경기회복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이러한 분석과 맥이 닿아있다.<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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