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공감각

738

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공감각은 일반적으로 생소한 개념이다. 영어 단어는 synesthesia이며, 고대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서, ‘syn’은 ‘함께’라는 의미이고 ‘esthesia’는 ‘감각’을 뜻한다. 즉 어떤 자극에 대해서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오감 중 하나로 경험할 일을 한 가지 이상의 감각으로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공감각자들의 경험은 매우 다양하다. 시각과 청각이 합쳐서 같이 경험할 경우, 어떤 음이나 소리를 들으면 특정 숫자나 색깔이 뚜렷하게, 일관적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은 3이란 숫자를 보거나 듣거나 생각할 때, 그 숫자가 빨간색으로 보일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6월이란 단어가 황금색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한마디로 다감각(multisense)의 공존 혹은 교차 결합이다.

영국의 연구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의 2%에서 4% 이상이 공감각자로 파악된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공감각을 조금씩 경험하며 산다. 예를 들어, 어릴 적에 갔었던 재래시장이라는 단어에서 새우젓 냄새가 강하게 난다. 아니면 아주 짠 맛을 느끼기도 한다. 또는 무서운 공포 영화를 보면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혹은 주말에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월요일 아침을 맞으면 왠지 회색의 무거운 중압감이 들고, 금요일 아침은 주말 전날이라 밝은 노란색이 떠오른다. 게다가 10개 정도의 낱말을 외우는 메모리게임을 할 때, 여러 단어들을 공간의 사물이나 위치와 연결시켜 외우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공감각자는 자신의 남과 다른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중립적으로 생각해서 그다지 불편함을 모르고 산다. 그리고 대개 10세 전에 공감각 능력을 잃고, 성인도 뇌사고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로 기존의 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공감각은 유전의 영향을 받으며,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고, 그 종류만 100가지 이상이 될 정도로 너무나 다양하다. 나이도 보고된 바에 따르면, 공감각자 중 가장 어린아이가 세 살 반이었다. 이 남자아이는 소리를 들으면 색깔을 보았다. 선풍기 소리가 오렌지 색깔이나 청개구리를 떠올렸던 것이다.

공감각은 그 정확한 원인을 포함하여 아직도 미지의 분야로서 많은 연구가 남아 있다. 또한 공감각자가 스스로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한, 대개의 경우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가기가 더 쉽다. 문제는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해도 남의 시선에 특히 예민하여 부모나 선생님에게 미처 말을 못하고 끙끙대는 아이들이다. 즉 감각이 섞여서 상황 판단이 혼란스러운 것이다. 산수공부를 하는데 숫자와 색깔이 같이 보여 덧셈에 방해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물체가 움직이기만 해도 남들은 들리지 않는 피리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따라서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아이들이 공감각의 징후를 보이면, 부모나 교사는 아이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갖고 있는 공감각 능력을 살려서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공감각은 충분히 창의적인 사고로 전이되거나 예술성으로 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으로도 공감각자를 이상하게 보거나 무시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나는 <부부의 세계>라는 한국 드라마를 시작했다가, 영국 BBC의 원작인 <Dr. Foster>로 끝까지 봤다. 그런데 똑같이 바람 피기와 이혼 내용을 다루고 있었지만, 한국판에서는 향수 냄새가 난 반면 영국판에서는 시종일관 끈끈한 땀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