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빠지는데 개스값은 언제나 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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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배럴당 130달러까지 갔던 국제 유가가 10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남가주 개솔린 가격의 상승세는 여전해 한인 운전자들의 부담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29일 가든그로브의 한 주유소 가격이 모두 6달러대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130달러까지 올랐던 국제유가 100달러대로
남가주 개솔린 평균은 여전히 6달러
이상 한인들 “오를 땐 급행, 내릴 땐 찔끔” 불만

“오를 때는 광속인데 내릴 때는 찔끔이야”

페이스북에 개솔린 가격과 관련해 댓글로 올라 온 한 한인의 푸념이다. 국제 유가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남가주 개솔린 가격의 내림세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짙게 배어 있다.

국제 유가의 상승에 거침없이 올랐던 남가주 개솔린 가격이 유가의 하락에도 내릴 때 거북이 걸음이라는 한인 운전자들의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인 후 약간의 상승세로 마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평화 협상에 불안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는 데 따른 반응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58달러 상승한 배럴당 107.8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라 고점과 저점을 오갔다. 지난 7일 WTI는 장중 130.50달러까지 급등했다. 다음날인 8일에는 종가 기준 123.70달러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주일 뒤인 15일에는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23일에는 배럴당 114.93달러까지 상승했다가 28일에는 105.96달러로 다시 하락했다.

국제 유가가 급등에서 급락세를 보이는 상황에도 남가주 개솔린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에서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30일 LA 카운티 개솔린 평균 가격은 6.057달러로 전날에 비해 1.2센트 하락했다. LA 카운티의 개솔린 가격은 지난 32일 동안 줄곧 상승세를 보이면서 1.283달러나 급등했다. 1주일과 비교하면 3.6센트, 1년 전과 비교하면 1.171달러 상승했다. 오렌지카운티의 개솔린 평균 가격은 6.012달러로 지난 38일 중 37일 동안 상승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에서 10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남가주의 개솔린 가격은 최고치로 오른 뒤 사실상 거의 그대로인 상황이다. 한인 운전자들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인타운에 직장을 둔 한인 박모씨는 “유가가 한창 오를 때 개솔린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급등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며 “하지만 유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개솔린 가격은 6달러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타운 내 주유소의 개솔린 가격표에는 개솔린 종류에 상관없이 6달러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한인 운전자들의 비용 부담은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이 개솔린 소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한인 운전자들의 부담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인 운전자들 사이에선 “개스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승 속도에 비해 더딘 하락 속도를 보이고 있는 개솔린 가격은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인 업주들에게도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되면서 차량 이동량이 많아야 할 시기지만 높은 개솔린 가격 탓에 주유소를 찾는 한인 운전자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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