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한 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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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설립 원불교 시카고교당 이정길 주임교무

 

원불교교무진

김인식 교무, 이정길 주임교무, 이지은 교무.

 

시카고시내 시세로길에 위치한 원불교 시카고교당은 전세계 20여개국, 미국내 교화(부처의 진리로 사람을 가르쳐 착한 마음을 가지게 함)를 담당하는 원불교 교당 및 기관(문화, 교육, 복지, 의료, 금융 등의 원불교 기관) 40여곳 중 1곳이다. 올해로 100주년(원기 101년)을 맞은 원불교는 한국 4대 종교(불교, 원불교, 천주교, 기독교)로서 타종교와의 화합을 통한 평화로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불교 창교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대각(큰 깨달음)을 이룬 1916년을 기준으로 차례를 센 햇수를 ‘원기’라고 부르며 이때부터 원불교의 역사가 시작된다.

시카고교당은 원불교 101년 역사 속에서 해외 포교를 위해 미국에 첫 번째로 발을 디딘 교당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1971년(원기 56년) 당시 의사이던 김양수 교무가 3대 대산 김대거 종법사(원불교 최고 지도자)로부터 미국에서 포교에 힘써달라는 하명을 받고 시카고에 도착했다. 1973년 4월 초대 정자선 교무와 김도장 교도와 함께 시카고시내 아가타이트길 소재 지하실을 법당으로 꾸민 뒤 창립 법회를 연 것이 그 시초다. 이후 1975년 일리노이주정부로부터 정식 재단법인 인가를 받았고 5차례의 이전을 거쳐 지난 1995년 지금의 위치에 정착했다.

현재 시카고교당의 법회를 주관하고 있는 이정길 주임교무는 지난 2013년 1월에 부임해 4년째 교당을 이끌어오고 있다. 교무란, 원불교 3대 사업인 교화, 교육, 자선(공공의 이익을 위한 복지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호칭으로 종법사가 수여하는 자격을 받아 활동하는 성직자를 말한다. 이정길 주임교무로부터 원불교와의 인연, 원불교 시카고교당의 활동, 원불교의 과제와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원불교 교당전경

원불교 시카고교당 전경

 

■원불교와의 인연

아버지가 원불교 교무님이셨으며 원불교는 모태신앙으로 어렸을 적부터 종교를 가까이하는 환경 속에서 자랐다. 원불교 교무가 되기로 결심한 후 1975년부터 수련 과정을 거친 뒤 원불교중앙총부, 강원도 동해교당에서 근무했으며 1993년부터는 뉴욕, 휴스턴, 필라델피아 등에서 교무로 근무했다. 원불교는 다른 종교와 다르게 교무진들이 국내 및 해외 각 교당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한다. 통상적으로 한국의 주임교무는 임기가 6년이지만 미국에서는 그 이상 근무하기도 한다. 원불교의 해외 교당들은 한국의 중앙총부 방침에 준해 교화, 교육, 자선 등을 운영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조직이나 운영 방침이 동일하다. 처음 시카고교당에 부임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층과 2층 법당 건물을 수리함으로써 보다 쾌적하고 넓은 법당의 면모를 갖췄다는 점이다. 미주 4개 지역 교당에서 지내보니 해외 교도들은 한국과 달리 이민사회 속에서 그들만이 갖는 삶의 애환이 있어 어렵고 힘든 과정을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을 더 쓰고 있다.

■원불교와 불교, 진리는 하나다

원불교와 불교의 근본적인 진리는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생겨난 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가르침을 따르며 불단에 석가모니 불상을 모시는 대신 우주만유의 진리를 상징하는 일원상(알파벳 O모양의 형상)을 모시는 점에 차이가 있다. 또한 기본적인 정신에 출가재가의 차이가 없고 승속에 차별이 없다. ‘출가’는 성직자, ‘재가’는 일반교도를 뜻하는데 즉, 출가와 재가가 함께 공부를 하며 재가도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불교와 원불교는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원불교는 일원상의 진리와 함께 불교의 생활화, 대중화, 시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의식이나 예법이 길거나 복잡하지 않고 상당히 간소화 됐다. 불교가 전통한복이라면 원불교는 생활한복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시카고교당의 다양한 활동

원불교 교당에는 공통적으로 ‘봉공회’, ‘청운회’라는 모임이 있다. ‘봉공회’는 사적인 것이 아닌 공리(공공의 이익, 전체)를 위해서 활동하는 모임으로 시카고교당에서는 주로 여성 교도들이 중심이 돼 법회날 교도들의 식사 준비나 봉사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푸른 꿈이라는 뜻의 ‘청운회’는 남성 교도들이 중심이 되는데 해마다 탁구, 골프, 테니스 스포츠 대회를 주관하고 외부강사를 초빙해 강연을 하는 등 대외활동에 힘쓰고 있다. 또한 ‘교화단회’를 통해 교도들이 월 1회 정기모임을 갖고 친목을 도모하고 마음공부를 하며 삶의 애환을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해마다 원불교 시카고 교당에서는 교단 기념일인 4축 2재의 행사를 봉행한다. ‘4축’이란 4번의 축하일인 신정절(1월 1일), 대각개교절(4월 28일, 원불교 창시일), 석존성탄절(음력 4월 8일, 석가탄신일), 법인절(8월 21일, 원불교 법계인증의 날)을 말하고 ‘2재’란 대재일인 육일대재(6월 1일)과 명절대재(12월 1일)를 말한다. 육일대재는 소태산 대종사의 열반(돌아가신 날)을 기해 제사를 지내는 것인데 원불교의 모든 조상 및 인류 역사상의 일체생령을 길이 추모하여 합동 향례를 올린다. 명절대재에는 원불교의 모든 부처, 조상과 종교와 민족을 초월한 모든 생령들에게 감사의 제사를 지낸다.

시카고교당의 활동 중에서 ‘한국 전통 민속놀이 큰잔치’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교화목적보다는 시카고에 거주하는 분들께 기쁨을 드리고자 우리 교당이 주최해 해마다 500여명의 한인 및 타인종이 참가하는 민속놀이 큰잔치는 지난해까지 총 18회의 행사를 성황리에 진행해오고 있다. 민속놀이 잔치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원불교가 예로부터 민족 종교로서 한국에서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민속잔치를 개최하고 있는데,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이를 이어 받아 뉴욕교당은 20년전, 필라델피아교당은 19년전부터 각 교당들에서 민속잔치를 열게 됐다. 18년 전부터 잔치를 열고 있는 시카고교당의 경우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어린이 민속잔치’를 개최하는 다른 지역 교당과 달리 민족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한인 및 타인종 어린이, 성인, 연장자 등 모든 연령과 인종, 종교를 초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한국 전통 민속놀이 큰 잔치’를 하고 있는 것이 차별점이다. 보다 풍성하고 즐거운 잔치를 위해 매해 봉공회를 중심으로 500인분의 식사를 직접 준비한다.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갖가지 나물을 곁들여 만든 비빔밥, 떡볶이, 송편 등 한식을 대접했는데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맛있다고 해주셔서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민속놀이 잔치가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타인종 커뮤니티에도 소문이 나다보니 시카고 공립도서관의 요청으로 연간 1회 도서관내 소그룹을 위한 ‘인터내셔널 게임데이’에 교도 5~6명이 참석해 한국 전통놀이를 가르쳐주는 봉사 활동을 수년간 해오고 있기도 하다. 올해 19회를 맞은 민속잔치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새롭고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 때문에 매해 행사를 치르고 나면 교무진과 교도들이 모여 평가하는 시간을 갖고 다음 행사에 보완함으로써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참가자들이 많아지는 잔치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불교단체

지난 8월 열린 원기 100년 법인절 행사가 끝난 후 교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양한 종교에 대한 원불교의 해석

원불교 제3대 종법사 대산종사는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가족, 세상은 한일터’라 했다. 이 교리는 원불교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일원세계’를 담고 있다. 모든 진리가, 모든 가족이, 모든 일터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의미다. 모든 종교는 하나다. 하나이지만 길이 여러 가지 인 것일 뿐이다. 예를 들어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가는데 비행기, 기차, 버스, 자동차 등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내가 좋은, 정말 선호하는 것을 선택해 목적지로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목적지로 비유되는 모든 진리는 같고 수단으로 비유되는 종교는 개개인이 좋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꼭 내 것, 우리의 것만 고집하고 ‘다른 것은 안된다’라는 것이 아니며 다른 종교를 적대시 할 것이 아니라 모두 형제로 보고 가장 좋은 방법으로 부처를 이뤄가는 것이다. 원불교에서는 종교들이 마음을 합해서 하나의 기구가 창설돼야 한다는 ‘종교UR’(협력기구)을 주창할 만큼 다른 종교와 협력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에 언제나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한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원불교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다른 종교와 비교했을 때 소수종교로서의 어려움은 있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교당에 출석하는 교도들은 원불교의 신앙을 진심과 열정을 다해 공부하는 분들로 외부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서로를 함께 지켜주시고 원불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큰 힘을 얻고 있다.

■해외교화를 위한 원불교의 활동

원불교는 한분의 깨달음에 의해 시작돼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구상, 실천하며 정신적인 면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영육’(영혼과 육신)과 ‘이사’(이치적이고 사업적인 것)를 병행한다. 한가지 예로 재단법인 원불교 한의원을 들 수 있다. 국내 및 해외 10여곳에서 운영 중인 원불교 한의원은 교단이 성장 발전하는 데 든든한 후원기관으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 시카고 교당에는 아직 없지만 국내외 곳곳에서 한의사 교무들이 침술로 은혜를 주는 활동을 펼치며 원불교 3대 사업을 실천하고 있다. 해외교화를 위해 지난 2002년 필라델피아에 ‘미주선학대학원’이 정식 설립됐다. 미주선학대학원에서는 국제적 마인드를 갖춘 교역자를 배출하기 위해 선응용학과, 침구학과, 불교학과 총 3개 학과가 개설돼 한인 및 타인종 교도, 일반인들에게 ‘영육’과 ‘이사’의 가르침도 전하고 있다. 현재 시카고교당에서는 매주 화요일 교리공부, 수요일 정전 교리공부, 목요일 영어교리공부, 금요일 요가교실, 토요일 영어 선법회, 일요일 마음공부방과 일요법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요가교실과 영어 선법회에 꾸준히 출석하는 타인종 교도들이 계신다.

매주 금요일 오후 8시~9시30분 교리와 마음을 접목한 요가를 통해 ‘선’을 하는 요가교실을 열고 있다. ‘선’이라 하는 것은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수단을 말한다. 모래가 가라앉으면 맑은 물이 떠오르듯이 반복적인 선 수련을 통해 기운이 가라앉고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자신이 하는 행동마다, 하고자 하는 일마다 마음을 모아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원불교를 믿지 않더라도 마음이 괴롭고 힘들고 지친사람들이 있다면 누구나 시카고 교당을 찾아와 명상과 선을 하셨으면 좋겠다.

■원불교의 과제와 방향

원불교 시카고교당을 찾는 모든 이들이 행복한 교당으로 만들고 싶다. 본인이 가지는 어려움과 고민들이 교리공부와 마음공부를 통해 스스로 해소하면서 마음의 힘을 얻어갈 수 있는, 또 오고 싶게 만드는 교당으로 만들고 싶다. 저는 시카고가 참 좋다. 차갑고 냉랭한 기운마저 상쾌하게 느껴지는 그 느낌도 너무 좋다. 경산 종법사께서는 2016년 원기 101년 신년법문을 통해 ‘초심을 실천하자’, ‘나의 삶을 축복하자’, ‘은혜를 서로 나누자’ 3가지를 설하셨다. 시카고 동포 한분 한분이 나의 삶을 정말로 귀한 것으로 여기며 그 삶을 스스로 축복하고, 남을 축복하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나뿐만이 아니라 남과 함께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서로 배려하고 은혜를 나누며 더욱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주임교무 보좌 김인식·이지은 교무

▲김인식 교무: 청소년 교화를 담당하고 있는데 특히 2016년에는 교무진과 교도 모두가 청소년 교화에 많은 힘을 싣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청소년 교화가 중요한 이유는 그 시기에 가치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어린나이에 어떤 가치관을 갖느냐가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가치관이 자신의 것, 자신의 신앙만 고집하고 국한된 것이라면 배타성을 띌 수 있다. 전체를 포용하고 한 가족으로 묶을 수 있는 원불교의 교리를 잘 가르쳐 청소년들을 바른 방향으로 교화시키려 한다. 원불교가 개인, 단체, 사회가 가진 삶의 문제를 교리로서 해결하며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원불교가 참 좋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보편화된 종교로 자리매김할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이지은 교무: 원불교의 가르침이 미국 현지사회에 전해지려면 본래 뜻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잘 전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전을 번역함에 있어서도 그 본질과 가르침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적합한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카고교당이 지금껏 한인 교도들 위주로 운영됐다면 현지에 맞는 포교 방법을 구상해 점차 현지인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바람이라면 아이들, 청소년들이 교당에 와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머지않아 드넓은 정원이 갖춰지고 자연과 함께 하는 시카고 교당이 됐으면 좋겠다.<현우정 기자>

 

<이정길 주임교무 약력>

-1977~1980년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학사

-1982년 원불교 정식 교무활동 시작

-1982~2013년 중앙총부(행정), 강원도 동해, 미주 교당, 원광보건대학교 법당 등 근무

-2013년~현재 시카고교당 주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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