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교수의 심리학 세계] 골프와 인생에서 숏 게임과 홀컵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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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석좌교수

모든 골퍼의 드림은 장타를 날려 가까운 거리에서 다음 샷으로 홀컵에 공을 붙여서 이글이나 버디를 잡는 것이다. 골프 연습장에 가보면 많은 사람이 드라이버로 장타 치는 연습에 집중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필드에서 라운딩하다 보면, 실제로 점수를 줄이는 것은 홀컵 주변에서 퍼팅을 포함한 숏게임을 얼마나 정교하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반 골퍼들 사이에서는 홀컵 주변에서 설거지를 잘해야 점수를 줄일 수 있다고 농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골프의 핵심은 홀컵에 직접 공을 넣는 것이다. 아무리 티샷이나 아이언 샷이 좋았다고 해도 궁극적인 목표인 홀컵에 공을 못 넣는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인생의 골프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인생의 홀컵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삶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매일 우리 인생의 목표를 알고 살아가는가? 또는 인생의 목표도 없이 인생의 골프를 치고 있는가? 어느 스님이 “달을 보라고 손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은 안 보고 손만 바라본다.”라고 했는데 인생이나 골프에서도 우리는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 매달려서 삶의 방향을 잃고 살아가지는 않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결혼을 골프에 비교하면 장타를 의미하는 ‘생존을 위한 결혼’, 아이언 샷이나 숏 게임에 해당하는 ‘생활의 결혼’, 홀컵을 향해 공을 넣는 퍼딩에 해당하는 ‘정서적 친밀감’의 결혼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부부 관계에서 장타에 해당하는 생존을 위한 결혼의 의미

부부 관계에서 장타의 의미는 부부가 결혼을 통해서 생존을 위한 욕구 충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결혼해서 법적으로 부부 관계를 맺고, 의식주를 해결하고, 자녀를 낳고, 인간의 기본적인 성적인 욕구를 상호적으로 성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가정의 경제, 생활 주거 환경, 영양을 잘 관리도 잘해야 한다. 요즘에는 집값이 너무 올라서 가정을 꾸리려는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결혼을 포기하는 경향이 많다. 결혼 한 부부들은 자녀가 잘되기를 위해서 자녀에 자신의 삶을 전적으로 몰입하는데, 이러한 부부는 자녀가 부모를 떠나는 순간 빈 둥지 현상을 겪으면서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또한 결혼한 자녀에게 집착하거나, 간섭하면서 성인 자녀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자녀 양육은 연날리기에 비유될 수 있는데, 자녀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에서는 심리적인 연줄이 있어야 자녀들이 하늘을 날 수 있지만, 자녀가 성인이 되면 심리적인 젖줄을 끊어 주어야 자녀만의 삶을 향해서 하늘을 마음대로 날 수 있다. 부부 관계의 핵심은 부모와 자녀 관계가 아니고, 부부 관계가 일 순위로 되어야 말년에 행복을 누릴 수 있다.

▶ 부부 관계에서 숏 게임에 해당하는 생활 결혼의 의미

부부들이 서로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한 ‘생존 결혼’을 어느 정도 이루었으면, 부부들이 삶을 공유하고 즐기는 ‘생활의 결혼’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부들이 서로의 삶을 공유하면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부부들이 공유하는 취미 생활을 같이하라. 부부들이 같이 할 수 있는 골프를 포함한 운동, 서예, 미술, 원예 등 취미 활동을 같이 발굴하고 즐겨라. 동아리 활동을 부부가 따로 하면 동아리의 남녀 회원들의 관계에서 외도나 불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부부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설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회원 간에 불륜은 아니라도 상대방에게 의심받고 파탄에 이르기도 한다.

► 부부 또는 가족 휴가를 즐겨야 한다. 물론 휴가를 가고 싶지만, 여유가 없는 분들이 있겠지만, 열심히 일한 당신을 위해서 반드시 삶의 여유를 즐기는 휴가는 필수적이다. 때로는 부부 만의 데이트나 휴가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일과 삶의 여유 균형(Work & Life Balance)을 유지해야 한다.

► 가사 분담은 서로가 공평하고 확실해야 한다. 요즘은 70% 이상의 여성이 직장에서 일하기에 남성은 가사 분담을 적극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부부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여성들은 직장, 자녀 양육, 가정 요리 등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았고, 남성은 가사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필자의 경우 아내가 직장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내는 가정에서는 요리하지만, 집 안 청소, 분리수거, 세탁은 주로 필자와 자녀들이 전담했다. 여성은 신체적으로 피곤하면 짜증이 나고 성적인 욕구도 줄어든다. 결혼은 부부가 공동생활을 하는 공간이기에 서로가 원하는 가사 분담을 명확히 해야 불공평한 기분이 없고 서로가 편할 수 있다.

►시집과 처가에 공평하게 관심을 두어야 한다. 남편은 아내가 시부모에 관심을 가지고 잘해 주기를 기대한다면, 먼저 아내에게 잘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시부모에게 잘해 주려는 동기가 생긴다. 이제는 시가나 처가 방문, 양가 부모에게 드리는 용돈도 공평해야 한다. 부부 문제가 아닌 시가나 처가, 형제 및 가족 문제로 부부들이 자중지란을 일으켜 이혼하겠다고 하는 부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부부라고 단정하고 싶다. 주위 사람들을 돌봐 줄 수 있는 부부가 공존하지 않으면 남을 도와줄 수 없다. 부부는 서로를 일 순위로 여기고 팀워크를 통해 시집과 처가 식구를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다음 주에 결혼 홀컵에 해당하는 부부 친밀감 형성하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