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유로운 사고와 토론-스튜디오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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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희(인디애나 음대 반주과 객원교수)

미국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가르치면서 한국과는 조금 다른 점들을 느끼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미국은 좀 더 자유롭다는 점이 한국과는 다른 큰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음악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콩쿠르, 입시 등으로 치열한 경쟁을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을 피해갈 수 없지만, 치열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자유로움 속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 생활을 하는 느낌이다

미국에서는 스튜디오 클래스를 굉장히 자주 한다. 스튜디오 클래스는 한 교수의 학생들이 다 함께 모여 연주를 하고 코멘트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스튜디오 클래스에서 학생들이 직접 연주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이 점이 한국의 스튜디오 클래스와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클래스마다 스튜디오 클래스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하고, 때에 따라서는 여러 클래스가 한꺼번에 모여서 함께 스튜디오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스튜디오 클래스에서는 교수가 코멘트를 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코멘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자기주장을 펼치거나 토론을 하는 문화가 익숙한 미국 학생들은 스스럼없이 친구들의 연주에 대한 평가를 한다. 다양한 코멘트를 통해서 다채로운 음악적인 생각을 나누는 것은 물론, 매주 무대 경험까지 더해가며 자신감을 키운다.

대학원 시절에 코칭 클래스에 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클래스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할지, 다른 사람의 연주에 대한 평가를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실제로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클래스를 직접 이끌어가는 수업이었다. 연주가 끝난 후에는 꼭 장점을 먼저 얘기하고,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연주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야 했다. 그때 수업을 지도하셨던 교수님은 아무리 훌륭한 연주라고 할지라도 칭찬뿐 아니라 어떤 조언이든 꼭 첨언하게 하셨다. 교수님은 진심을 담은 작은 말 한마디를 더할 때 그 연주를 더욱 빛나게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다. 2-3분짜리 짧은 연주를 듣고 20-30분 동안 코칭을 해야해서 진땀이 나기도 했다. 자신의 의사 표현에 익숙한 미국 친구들은 오히려 주어진 30분이 모자라서 더 길게 설명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세 시간짜리 코칭 수업은 당시 나에게 큰 부담이 됐지만, 선생님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를 서로 주고받으며 성장해 가는 경험들은 결과적으로 음악적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겪음으로써 학생들의 티칭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나의 연주까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 보니 한국 학생들과 미국 학생들의 차이점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국 학생들은 연주 실력에 있어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수업을 하면 미국 학생들의 참여도가 더 높은 건 사실이다. 언어에서 오는 차이점도 물론 있지만, 우선 미국 학생들은 토론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자신의 주장을 유연하게 펼친다. 테크닉에 있어서는 한국 학생들이 아주 우수한 반면, 미국 학생들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다. 이처럼 음악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은 음악적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만의 생각과 색깔이 더해지는 연주야말로 값지고 빛나는 연주일 것이고, 더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