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소리의 교육철학을 되새기며 – Part IV: 흡수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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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나 교육자는 교육과 양육 문제에 있어서, 항상 최선을 다해 훌륭하게 해내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아이를 잘 보살피고 가르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부모는 가정에서, 또 교사는 학교에서 매일같이 아이들의 위생과 안전, 성격 형성과 재능의 계발, 공부와 친구 관계 등등 수도 없는 문제들로 고민하고 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게다가 때에 따라서는 매우 복잡하고 난감한 상황에 부딪히게 되며, ‘도대체 내가 정말 제대로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내 아이에게 어떤 훈육과 교육방식이 정말로 효과가 있을까?’라는 깊은 상념과 함께 막연한 걱정까지 하게 된다. 이럴 때 아이들 교육의 전반에 걸쳐서 참고로 삼을 만한 지도안 혹은 길잡이가 될 만한 프로토콜(protocol)이 있으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을 가정이나 학교의 정규 교육을 통해서 따로 받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나는 가정과 학교에서 고려해야 할 아주 중요한 점들을 중심으로 교육의 몇 가지 원리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원리들은 사실상 나의 책 «몬테소리의 아동 중심 교육»(2021)에 더욱 학술적으로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아동을 어떻게 돌보고 보살펴야 할지에 관한 문제는 한 가정과 지역 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상의 인류 모두가 숙고해야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나는 몬테소리의 교육 원리와 방법들을 21세기인 우리 현시대의 교육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재해석했으며, 이는 상당한 의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아동의 흡수정신의 이해이다. 사실상 ‘흡수정신(absorbent mind)’이라는 개념은 몬테소리
교육사상의 핵심 사항 중의 하나이다. 그러면 흡수정신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어느 한산하게 바람이
몰아치고 몹시 추운 날이었다. 나는 우울한 기분을 달래고자 카페에 갔었다. 이윽고 뜨거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카페라떼(café latte)에 시린 코를 한창 데우며 달콤한 빵을 먹고 있었다. 그때 내 옆자리에는 젊은 엄마가 아주 어린 아들에게 잘게 썬 포도 조각들과 주스를 먹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음식에는 전혀 관심 없이 고개를 한사코 뒤로 돌려서 나만 계속해서 뚜렷이 쳐다보았다. 그 엄마가 아무리 애써도 8개월 된 어린이의 그 크고 또렷한 눈은 나의 얼굴에 한참 동안 고정되어 있었다. 그때 그 아이는 순간적으로 무엇인가에 강하게 끌렸고, 자신의 모든 신체 감각기관을 이용해서 집중적으로 색깔이나 모양, 움직임 등 주변의 정보들을 통째로 흡수해서 스폰지처럼 쭉쭉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독자들 중에도 이런 상황에 처한 경험이 있다면 내게 ‘흔쾌히’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심오한 흡수정신의 작동과 기능이다. 즉, 어린이들은 자신의 관심과 흥미 분야에 집중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과 특성이 있다. 이는 성인처럼 의식적으로 상당한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이
일어난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이렇게 아이들의 흡수력은 배움에 있어서 참으로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유아의 흡수정신이 철저하게 ‘매몰된 집중력’을 보이는 것은 아주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매우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뇌의 활동임에 틀림없다. 이는 나아가서 인간 세상에 적응하려는 몸부림, 즉 함께 어울려 잘 살려는 생존 본능의 일면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배워야 산다!”는 정신을 아주 일찍이 ‘온몸의 마음’으로 제대로 그리고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아기는 흡수정신을 통해서 주변 환경으로부터 모든 정보와 사실을 일단 다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마치 카메라로 사진을 ‘있는 그대로’ 찍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해서 이후 자신의 정신 세계 내에서 자신만의 ‘정보망’과 ‘개념 체계’를 나름대로 구축해 나가며, 이는 결국 전반적 인성과 정체성의 형성에도 뿌리깊게 심오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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