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인플레 우려에 금리 동결…‘매의 발톱’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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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고금리 강력 시사, 인플레 재점화 우려 탓

■ FOMC 결정 배경과 의미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기준 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서 긴축 본능을 재확인했다. 특히 내년에도 고금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는데 최근 미국 경제에 불어닥친 경기 재가속화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점화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처로 분석된다.

■인하기대 꺾은 점도표 쇼크

19~20일 일정으로 열린 이번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것은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다. 90%가 넘는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동결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점도표는 대체적으로 매파적으로 나왔다.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6%로 나왔는데 기존 6월 점도표와 동일하게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보고 싶다”며 “적절할 경우 금리를 더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안겨준 것은 점도표에 나온 내년 금리 전망이다. 기존 6월 FOMC에서는 내년 금리 전망이 4.6%였는데 이번에 5.1%로 큰 폭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내년 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현 수준에서 단 두 차례만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기존 점도표에 따라 가장 최근인 7월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고 내년 상반기 말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하반기까지 네 차례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이러한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예상보다 강한 경제가 변수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고금리를 더 높이, 더 길게 시사한 것은 최근 미국 경제의 화두인 경기 재가속화론 때문으로 보인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예측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한때 전년 대비 5.9% 오를 것으로 나오고 소매판매가 활황을 보이는 등 경기가 다시 뜨거워지면 물가 상승도 재점화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인하가 지난 회의보다 두번 줄어든 이유는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점도표와 함께 발표한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경기 가속화를 반영했다. 올해 GDP 성장률은 6월 전망치 1.0%보다 1% 포인트 넘게 오른 2.1%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1%에서 1.5%로 올라갔다. 물가의 경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올해 전망치를 6월 3.9%에서 기존 3.7%로 낮췄는데 경기가 가속화하더라도 물가 하락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올라간 에너지 가격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면 근원 물가 역시 한 번 더 위로 튀어오를 위험성이 있다.

■대출받기 더어려워질듯

이번 FOMC 결과는 전반적으로 미국인들의 금융 부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안 그래도 많이 올라간 상태인 시장 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지니스 오너 입장에서는 사업을 위해 신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고 각종 채무가 야기하는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위해 모기지 활용을 고민 중인 주택 수요자라면 현재 7%대인 30년물 이자율이 더 오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다만 고금리를 시사한 이번 연준의 스탠스는 달러 강세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달러 결제로 무역을 통해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비지니스 오너라면 유리할 수 있다.

연준의 긴축 본능에 이날 증시도 충격을 받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일 대비 76.85포인트(0.22%) 하락한 3만4,440.88에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전일보다 41.75포인트(0.94%) 내린 4,402.20에,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209.06포인트(1.53%) 하락한 1만3469.13을 나타냈다.

<로스앤젤레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