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 놓고 IL 억만장자들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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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헌법 개정 주민투표안에 ‘프리츠커’ vs ‘그리핀’ 맞짱

일리노이주의 대표적인 억만장자들이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부자들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한 개헌안 투표를 놓고 찬반 양편으로 나뉘어 천문학적인 돈을 살포하고 나선 것이다.

9일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주는 부자들에 대한 소득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모든 납세자에게 똑같은 세율의 소득세 부과를 의무화한 현행 주 헌법을 고쳐 누진적 과세를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개헌안이 오는 11월 일리노이 주민투표에서 통과되면 연 25만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는 현행 4.95%보다 높은 소득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연 25만달러 이상 소득자는 전체 일리노이 주민의 상위 3%에 해당한다. 최고 세율은 연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7.99%라고 CNBC는 전했다.

미국의 공직자 중 가장 돈이 많은 J.B. 프리츠커<사진 좌/WBEZ> 일리노이 주지사는 개헌안 지지 캠페인에 5,600만달러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주민투표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호텔 체인 ‘하얏트’를 소유한 시카고 부호 가문의 유산 상속자 중 한 명으로 34억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자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켄 그리핀<우/시타델>이 반대 진영에 가세해 프리츠커 주지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순자산 150억달러로 일리노이주 최고 부자로 꼽히는 그리핀은 개헌 반대 운동에 2천만달러를 살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리 대결도 팽팽하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번 소득세 인상이 오직 부자들에게만 영향을 줄 뿐이고 연 소득 25만달러 이하 계층의 세금은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른 60억달러의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부자들에게서 돈을 더 거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그리핀은 세금 인상이 결국 전체 납세자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며 주정부의 과다한 지출 줄이기와 부패 청산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일리노이 주민들의 집단 이익을 위해 개헌안 저지 운동에 나섰다는 게 그의 입장이지만, 부자에 대한 소득세율이 인상되면 자신부터 ‘세금 폭탄’을 두들겨 맞는다는 점에서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그리핀은 작년에만 15억달러를 벌었는데 주 소득세 3% 추가 과세를 가정하면 4,500만달러의 세금을 더 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CNBC는 그리핀이 2억4천만달러를 주고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펜트하우스를 사들여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집’ 구매자로 등극하는 바람에 뉴욕시 재산세 인상 논쟁에 불을 붙인 전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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