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인 늦여름에, 미시간호를 가로지르는 특별한 여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오대호에 남은 마지막 증기기관 여객선인 SS 배저(SS Badger)다. 1953년부터 미시간호를 운항해온 배저는 위스콘신주 매니토웍과 미시간주 루딩턴을 연결하며, 매년 노동절을 전후해 심야 운항을 중단하고 이듬해 5월 다시 시작한다.
배저의 심야 운항은 일반적인 페리 여행과는 사뭇 다르다. 매니토웍에서 오전 1시30분 출항해 약 4시간 동안 미시간호를 건너는데, 한밤중 호수 한가운데에서는 육지도 물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별빛과 멀리 지나가는 선박의 불빛만 보이는 가운데 배의 진동과 삐걱거리는 소리가 어둠을 채운다.
최근 심야 운항에 탑승한 승객은 600명을 태울 수 있는 400피트 길이의 배에 불과 30명 정도가 타고 있었다. 배에는 카페와 게임장, 어린이 놀이방, 영화관, 박물관 등이 마련돼 있지만 심야에는 대부분 한산하다. 개인 선실 40개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일부 승객은 갑판의 의자에 침낭을 덮고 잠을 청한다.
배저는 원래 철도 화물차를 미시간호 건너편으로 운송하기 위해 건조됐다. 철도 운송이 쇠퇴하면서 1990년대부터 여객·화물 페리로 탈바꿈했고, 2016년에는 국가사적지로 지정됐다.
현재 심야 운항은 별을 관측하려는 사람부터 호텔비를 아끼려는 여행객, 화물을 운반하는 트럭 운전기사와 아미쉬 승객까지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특히 고요한 밤의 미시간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여름 여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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