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돌아온 학생들···美 대학 개강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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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주 로건의 유타주립대 한 건물 입구에 입장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건물에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거나 증상이 의심되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머물고 있다.[로건=AP 연합]

마스크 안 쓰고 술집 등 활보
지역경제 우려 대학 봉쇄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 붙였던 ‘가을 개강’이 악몽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대학들이 주도하면서 지역사회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젊은 학생들 탓에 대학 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대학 도시들은 이들에 지역경제를 크게 의존하는 터라 해법 찾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6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대학생 비중이 10%가 넘는 203개 카운티 중 절반 가량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가을 개강 직후인 지난달 마지막 주에 텍사스주(州) A&M대에서 수백명이 감염됐는데, 학교가 속한 브라질카운티도 신규 확진 환자가 최고치인 724건을 기록했다. 일리노이주립대가 있는 맥린카운티에서도 대학발(發) 확진자 수가 1,200명을 넘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천하태평이다. 아이오와주 아이오와시티 소재 아이오와대(UOI)가 대표적이다. 시 당국이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내렸고 대학 측도 수업의 4분의 1만을 대면 으로 진행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학생들은 마스크 착용은커녕 술집을 맘껏 활보하는 등 지침을 전혀 따르지 않았다. NYT는 “어린 연령대로 갈수록 코로나19 치명률이 낮다는 통념이 학생들의 방종을 불렀다”고 해석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를 보면 7일 기준 미국 내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627만6,365, 18만1,941명이다. 감염 대비 사망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도 2.9%에 달한다. 다만 대학 도시들의 치명률은 평균보다 훨씬 낮다. 신문 집계 결과, 대학 인근 지역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소 5만1,00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숨진 이는 60명 정도였다. 치명률이 0.11%에 불과한 셈이다.

그렇다고 지역사회가 제멋대로인 학생들을 마냥 내쫓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이날 보스턴연방준비은행을 인용해 미 동북부 뉴잉글랜드 지역의 일자리 중 38%가 대학과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대학의 기여도가 엄청나다 보니 감염병 확산이 아무리 무서워도 무작정 대학 문을 닫을 수 없다는 얘기다. NYT도 7만5,000명이 거주하는 아이오와시티에서 3만여명 규모의 UOI 학생들은 최대 고객이라며 3월 대학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 이후 지역 상권이 고사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대학 역시 등록금 수입 급감 등 쪼들리는 재정 탓에 다시 봉쇄 정책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BI는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라며 “코넬대의 경우 가을학기에 2억1,000만달러 적자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대학 측은 일단 엄격한 학사관리로 학생들의 자정 노력을 유도할 계획이다. 뉴욕주 뉴욕대(NYU)는 코로나19 지침을 위반한 학생 20여명을 이날 정학 처리했다. 정학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 NBC방송은 노동절 연휴 첫 날이었던 5일 학교 인근 맨해튼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 수백명이 마스크 착용 없이 연 파티가 화근이 됐다고 지적했다.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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