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한인들 희비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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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달러 환율이 달러 감세로 1,180대에 육박하고 있지만 치솟는 물류비용으로 한국발 수입상품의 가격인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1년여만에 1,180원대 돌파···올해 8개월새 80원↑
한국산 수입업체 웃고 지상사·기러기 가족 울고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이 1년여만에 1,180원선을 넘어섰다. 외환시장에서 이날 매매 기준율은 1,183.50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100원대에 머물렀으나 달러 가치가 상승(달러 강세)하면서 매매 기준율이 8개월 새 80원 가까이 오른 것.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이 예상되고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등의 우려로 위험 자산 기피 현상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 원화 가치 하락(원화 약세)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 향후 전망은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한국 경제 상황이 가변성이 큰 만큼, 달러 강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게다가 환율의 특성상 특정 수준이 깨지면 변동성이 커지는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 달러 당 1,200원선을 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예상이다.
다만 23일 원·달러 환율은 1,172원으로 하락, 사흘간 이어진 상승세가 다소 주춤, 조정국면에 돌입한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3월 말 1,296원을 기록, 11년래 최고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 올해 1월 최저점인 1,082.5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하다 1,800원대에 육박하게 된 것. 이 같은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에 환율에 민감한 뉴욕 한인경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웃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을 해야 하는 수입업체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을 내심 반기고 있다. 한국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수입업체들은 달러 강세로 생긴 환차익으로 수입 대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 운임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상쇄할 수는 없지만 가뭄 속 단비는 될 것이란 기대다.

또한 한국 여행을 계획 중인 한인과,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보내드리는 한인, 한국에서 얻은 은행 융자금 등을 매달 갚아야 하는 한인 등 한국으로 송금을 해야 하는 한인들도 원·달러 환율 급등이 반갑기만 하다. 달러 강세로 달러 당 환전받는 원화가 많아지기 때문으로 강 달러의 위력을 체험할 수 있다.

■울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을 받아야하는 한인 및 지상사 직원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이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송금을 받아 생활하는 기러기 가족과 유학생, 그리고 매달 한국 본사에서 보내오는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지상사 직원들은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실제 손에 쥐는 생활비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똑같은 액수의 원화를 송금해도 높아진 원·달러 환율로 더 적은 액수의 달러를 받게 되는 것으로 기러기 가족이나 유학생들은 생활비 부담이 더 커지고, 지상사 직원들은 달러 약세 때 보다 훨씬 가벼워진 월급 봉투를 받게 된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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