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난은 도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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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고난은 도가니 입니다. 도가니란 은 또는 금을 정련할 때 사용하는 고온에 잘 견디는 그릇 입니다. 도가니 안에 이물질과 섞인 은 또는 금을 넣고 뜨거운 불로 가열해 녹이면, 그 과정에서 이물질들이 제거되어 순은 또는 정금을 얻게 됩니다. 잠언 17장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도가니는 은을, 풀무는 금을, 여호와는 마음을 시험하신다.” 도가니와 풀무는 은과 금의 순도를 시험 또는 검사하고, 하나님께선 사람들 마음이 정결한지를 테스트하신다는 뜻입니다. 주님께서 우리 마음을 검사하실 때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고난입니다. 성경에는 고난의 도가니 속에서 때 빼고 광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주님의 제자 베드로도 고난의 도가니를 수 차례 통과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건은 바로 예수님을 부인한 일입니다. 주님께서 잡혀 가시던 밤, 베드로는 주님 뒤를 끝까지 따라갔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을 버리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위해섭니다. 그러나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주님을 심문하는 살벌한 현장을 보고, 베드로는 주님을 3번씩이나 부인하고 맙니다. 마지막엔 주님이 보고 계시는 데 저주까지 하며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때 닭이 울고, “닭이 울기 전에 나를 3번 부인하게 될” 거라고 하신 주님 말씀이 생각나 베드로는 통곡하고 맙니다. 베드로가 고난의 도가니에 던져진 순간입니다. 이 때부터 갈릴리에서 위로와 용서의 주님을 다시 만날 때까지, 베드로의 마음은 심히 괴로웠을 겁니다. 그런데 이 고난의 도가니 속에서 베드로는 불결한 때를 벗게 됩니다. 하나님 보다 자기 뜻을 앞세우는 잘못된 태도, 환경을 이기지 못하는 연약한 믿음이라는 때를 벗겨낸 겁니다. 베드로의 변화가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사건은 이방인 고넬료의 집으로 복음을 전하러 간 일입니다. 당시 유대인이 이방인의 집에 들어가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후에 예루살렘 교회 리더들조차 베드로가 고넬료 집을 방문한 것을 문제시 삼았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주님의 뜻에 순종해 고넬료의 집에 갔고, 주님 주신 마지막 천국 열쇠를 가지고 이방인 사회에 교회의 문을 열어 놓을 수 있었습니다. 고난의 도가니를 경험한 선배로서, 베드로는 베드로전서 1장에서 이렇게 선포합니다. “여러 가지 시험으로 잠간 근심할 순 있지만 오히려 크게 기뻐하십시오. 이 믿음의 시련 때문에, 주님 다시 오시는 그날,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얻게 될 겁니다.”

남 유다 왕국 말기에 활동한 하박국 선지자는 백성들이 점점 더 심각하게 타락하는 모습을 보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언제까지 이들을 그냥 놔두실 겁니까? 제발 죄악에서 돌이켜 주세요.” 하나님께선 그의 간절한 기도에 답을 주셨습니다. “내가 바벨론을 보내 이들을 심판할 것이다.” 하나님의 응답을 듣고 하박국은 놀래서 더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하나님, 악인을 불러서 그들 보다는 그래도 더 의로운 이스라엘 백성들을 심판하게 하신다니요. 공의의 하나님께서 이런 일을 행하신다니 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깨닫길 간절히 원합니다.” 하박국은 아예 파수대에 올라가 잠도 자지 않고 하나님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하나님께선 그에게 “내가 바벨론을 이스라엘 심판의 도구로 사용한 후엔, 그들이 범한 죄악에 따라 심판할 것이다. 그리고 내 백성 이스라엘은 심판을 통해 정결케 한 후 다시 구원할 것이다.” 하나님의 답을 들은 하박국은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비록 과일 나무에 열매가 없고 내 밭에 식물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어도 전 구원의 하나님 때문에 기뻐할 겁니다.” 후에 바벨론이 쳐들어와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도 기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벨론을 통한 심판이 택한 백성들을 죄에서 돌이켜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고난의 도가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고난을 허락하시는 이유를 알고 나면, 베드로전서의 말씀처럼 오히려 크게 기뻐할 수 있습니다. 하박국처럼 고난의 도가니 속에서도 하나님께 찬양을 드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광야 같은 인생을 살다 보면 곳곳에서 고난을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이 고난의 도가니는 내 영혼을 깨끗하게 씻는 목욕탕이다”라고 생각 하시기 바랍니다. 그 안에서 회개를 통해 죄를 씻고, 다시 흰 눈처럼 순결한 의의 옷을 입은 후, 개운한 심령으로 하나님께 감사의 찬양을 드리는 지혜로운 백성들이 다 되시길 바랍니다.